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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결산] [2] - 김병현 결산 '불펜의 정복자'

중앙일보

입력

풀타임 첫 해였던 지난 시즌의 전반기. 김병현은 2승 3패 14세이브 방어율 2.11을 기록하며 소속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김병현은 손목부상과 체력저하로 인한 부진이 거듭되며 최악의 후반기를 보냈다. 전반기에는 .155의 피안타율로 '언터처블'에 가까웠지만, 후반기에는 방어율 8.04 · 피안타율 .259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

올 시즌 전반기의 외형적인 성적은 3승 2패 5세이브 방어율 3.09로 일단 지난해만 못하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결코 지난해 못지 않은 좋은 성적이다.

◆ 몸도 튼튼 성적도 튼튼

김병현은 42경기에 등판, 내셔널리그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58과1/3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6이닝을 더 던졌다. 고무적인 사실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도 아직까지 아무런 이상 징후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김병현은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체력이 달리는 모습을 보였으며, 후반기가 시작하자마자 손목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한층 단단해진 모습의 김선수는 '이젠 체력도 문제없다'라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내가 최고의 셋업맨

김병현의 전반기 보직은 마무리투수에 앞서 등장하는 셋업맨. 현재 내셔널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꼽히는 선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펠릭스 로드리게스지만,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김병현임에 틀림없다.

셋업맨의 척도로 평가받는 홀드에서는 17대11로 밀리고 있으나, 로드리게스의 뒤에는 특급마무리인 롭 넨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김선수는 불펜에서 타이틀 2개를 거머줬다. 78개의 탈삼진과 .181의 피안타율은 마무리투수 포함,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중 최고의 기록이다.

◆ 사소하지만 큰 변화

지난해 14.4개로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중 1위를 차지했던 김병현의 9이닝당 삼진수는 현재 12.1개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구질이 다 공개된 상황에서도 최고 수준의 탈삼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현재 김선수는 구질의 다양화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무기인 '업슛'에 이미 싱커를 추가했으며, 후반기에는 포크볼 · 투심 · 체인지업 등을 시험해볼 전망이다.

이와 같은 공들을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면 김병현은 진정한 팔색조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그토록 원하는 선발투수로서의 길도 더 빨라지는 셈이다.

◆ 고지가 바로 저긴데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병현이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다이아몬드백스는 매트 맨타이의 부상 이탈로 주전마무리가 비어 있는 입장.

김병현은 6월 초의 극심한 부진으로 주전마무리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김선수에게 실망한 밥 브렌리 감독은 마무리 자리를 신인투수인 브렛 프린츠에게 맡겨 버렸다.

올 시즌을 월드시리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는 다이아몬드백스는 현재 토드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같은 베테랑 마무리의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불펜의 강화는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대다수 팀들의 숙원이기 때문에 외부영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행히 김병현은 전반기 마지막 6번의 등판에서 방어율 1.50(12이닝 2실점) 4볼넷 · 22탈삼진의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김선수가 후반기에 할 일은 아직까지 의심받고 있는 '꾸준함'을 인정받아 다이아몬드백스의 주전마무리로 거듭나는 일이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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