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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 활성화 물질 함유 고급 막걸리 곧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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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문배주는 메조와 수수로 빚어 재래종 문배향이 돈다. 붉게 익은 수수를 살피고 있는 문배주 이기춘 대표의 모습.

경기도의 술은 성공해보겠다고 고향 떠나 수도권에 몰려 사는 사람을 닮았다. 원하는 술은 다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한 술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경기도 술을 맛보면 한국의 술이 거의 다 보인다. 수도권에 모여 사는 인구 2500만 명의 시장을 겨냥하려면 땅값 비싼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양조장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 시장을 끊임없이 넘보며 성장한 포천 막걸리들, 신산했던 1970~80년대에도 약주의 끈을 놓지 않았던 김포약주, 꾸준히 새로운 술 문화를 만들어내는 배상면주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배주, 증류식 소주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화요, 이천 쌀로 만든 이천 막걸리양조장 등이 활약하고 있다.

술 맛 좋으려면 품질 좋은 쌀이 관건

김포시에서 재배한 막걸리전용쌀, 안다벼

경기도는 새로운 술의 세계를 열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경기막걸리세계화 사업단을 꾸려 공동브랜드 ‘숨’을 내놓고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는 것. 경기도의 12개 양조장과 한경대학교·경기도농업기술원·농림수산식품부·경기도 등 공동체가 가진 자산을 총 결집해 새로운 막걸리 사업 모델을 찾고 있다. 그 바탕에는 경기미의 브랜드화 전략과 그동안 지적돼 왔던 문제들(고품질 막걸리 생산, 고급 용기 개발, 품질관리 표준 매뉴얼 제작)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조만간 뇌세포 활성화를 촉진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가바(Gaba:아미노산의 일종, 현미·녹차·뽕잎·버섯 등에 함유)가 많이 들어간 고급 막걸리 ‘오늘우리’도 내놓을 예정이다.

 경기도의 또 다른 노력은 양조벼 재배다. 김포시금쌀연구회에서 막걸리 가공에 적합한 품종인 안다벼와 보람찬벼를 3년째 재배하고 있다. 이를 가평 우리 술 회사에서 상품화한다. 재배량이 2010년 100t에서 2012년에는 300t으로 늘었다. 술 맛이 좋으려면 쌀이 좋아야 한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양조벼를 재배한다는 것은 술의 값어치도 높인다.

우리 술 양조장에서 고두밥을 찌고 있다.

 ‘가평 우리술’은 가평잣 막걸리로도 유명하지만 가장 공격적으로 막걸리를 수출하는 업체로도 유명하다. 1994년 업계 최초로 살균막걸리를 만들었고, 유통기간이 긴 살균 막걸리의 장점을 살려 2011년에는 19개국에 450만 달러(약 50억8000만원)를 수출했다. 살균막걸리는 열처리를 통해 미생물의 활동을 정지시키는데 이때 맛은 약간 단조로워 향기 성분이 강화된다.

 가열하는 데서 오는 특유한 냄새도 있지만 구수한 향이 돈다. 맥주처럼 탄산을 주입해 청량감을 높이고, 향기로운 배와 달콤한 사과, 구수한 보리, 색깔 곱고 몸에 좋은 복분자를 부재료로 사용해 살균막걸리의 맛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막걸리 용기 또한 콜라나 사이다병과 동일한 내압병을 사용해 외형의 가치도 높였다.

약재가 들어가지 않은 김포약주

가평에서 운악산을 넘어가면 포천이다. 쟁쟁한 막걸리업체 9개가 포진해 있다. 이동주조는 가장 먼저 일본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다. 또 상신주가는 진로막걸리를 주문자 위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운악산 자락 포천시 화현면에 자리 잡은 배상면주가는 2011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민들레 대포’로 약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산사춘으로 명성을 얻은 이곳은 서울에 느린마을 양조장을 만들어 새로운 막걸리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포천의 산사원 갤러리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느린마을 막걸리펍에서 술 빚는 과정을 보여준다.

 경기도에는 터줏대감 같은 약주회사가 하나 있다.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김포약주다. 선산 약주와 함께 전국 유명세를 탔던 약주다. 1960년대 중반 밀가루로 술의 원료가 바뀌면서 약주와 증류식 소주 회사가 몰락해갔지만, 김포약주는 70~80년대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백세주가 약주 시장을 재건했다면, 묵묵히 약주의 전통을 이어온 곳은 김포약주다. 그래서 김포약주에는 약재가 들어가지 않은 전통적인 맑은 술 약주를 빚고 있다. 김포 약주의 특징은 전분을 액화시켜 2단 담금한다는 점이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문배주 제조장이 김포시 통진읍에 있다. 평양에서 내려와 서울 연희동에서 문화재 지정을 받고 김포에 터를 잡았다. 양조장 마당에는 수확을 앞둔 붉은 수수가 자라고 있다. 붉은 수수와 메조를 삭혀 발효시키고 알코올 40%로 증류시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술이 문배주다. 재래종 문배향이 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수수에서 올라온 고량주 향이 돌고 술 맛이 가지런하고 날렵하다.

글·사진=허시명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우리 술 교육 훈련기관 ‘막걸리 학교’ 교장, 『막걸리, 넌 누구냐?』 『술의 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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