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 야마나카 “한국 젊은이여, 더 많이 실패하라, 그래야 미래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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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나카 교토대 교수. “실패없이 성공하는 연구는 없다”고 말한다. [사진 JTBC]

지난 8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50) 교토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자”라며 “양국이 이 분야의 연구를 동시에 이끌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마나카는 11일 교토대 iPS(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소에서 중앙일보·JTBC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iPS세포 연구를 진화시켜 인류가 건강장수할 수 있는 날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 일본의 기초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은 16개째다. 반면 한국은 ‘0’이다.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이제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의 과학자 대부분은 나도 그렇지만 외국에서 공부한 이들이다. 많은 한국인 과학자들이 외국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노벨상을 딸 것으로 본다. 시간문제다.”

 - iPS세포는 일종의 줄기세포인데, 한국도 이 분야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정도 격차가 있다고 보나.

 “줄기세포 연구에선 한국의 발전이 실로 눈부시다. 특히 한국은 배아줄기(ES)세포 연구가 앞서 있다. 한편 일본은 조직줄기세포 분야가 앞서 있다. 양국이 상호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은 내 연구실에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유학 온 뛰어난 연구원이 있었는데 그는 ‘네이처’지에 논문까지 냈다. 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양국이 좋은 의미의 라이벌로서 경쟁도 하면서 이 분야를 계속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 내 연구실에도 보다 많은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왔으면 좋겠다.”

 - iPS세포가 실용화돼 인류가 ‘건강장수’하는 날은 몇년 후가 될 것 같나.

 “질병에 따라 다르다. 내 생각에 망막질환은 내년이 되면, 또 척수손상과 심부전 등의 경우는 조만간 임상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그런 모멘텀이 있다.”

 - 국가 차원의 지원이 힘이 됐나.

 “그렇다. 일본의 기초과학연구는 대부분 국가지원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솔직히 그게 없었으면 노벨상 수상도 없었을 것이다.”

 - 한국의 학생들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그리고 많이 해외로 유학을 떠난다. 바람직한가.

 “해외 유학은 단순히 어학적인 측면 뿐 아니라 사고의 영역에서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자유로운 발상이 연구분야에는 유리하다. 일본은 지금 해외로 나가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장래가 걱정이다.”

 - 정형외과 의사 시절 수술이 서툴러 구박받고, 유학에서 돌아와서도 실험용 쥐를 돌보는 일만 맡는 등 좌절도 겪었다고 들었다.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에게 조언한다면.

 “연구에 있어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은 절대 있을 수 없다. 한국인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실패를 매우 두려워하고 창피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알고보면 실패는 큰 기회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앞으로 더욱 더 많이 실패하라’고 말하고 싶다. 젊은 시절의 실패가 미래의 성공을 거머쥐게 할 것이다.”

교토=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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