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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75세에 이집트로 떠나다 … 잃었던 꿈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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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내 안의 이집트
강인숙 지음, 마음의숲
368쪽, 1만5000원

누군가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열정을 읽는 일이다. 그런데 그 열정에 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이 책을 들고 새삼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저자의 서문을 읽으면서다.

 40년 전부터 저자를 유혹해온 이집트 문명, 그런데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병원을 드나들며 사느라 그곳을 찾아보지 못했다. 마침내 그가 이집트 땅을 밟게 된 것은 2008년. “그때 나는 이미 75세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여행이 될 가능성이 컸다. 건강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4년 동안 이집트 문명에 대한 공부를 파고들었다. 부실해진 기억력 때문에 같은 책을 읽고 또 읽기도 했다. 그리고 원고를 쓰고 고치고 반복했다. 올해 그의 나이 80세. 그는 건국대 교수를 역임하고,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한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다.

 그에게 이집트는 ‘삶과 죽음이 등을 맞대고 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며 건축부터 의상, 액세서리까지 전례가 없는 유니크한 패턴을 갖고 있는 ‘강렬한 국가 브랜드’다. 저자는 ‘이집트 학자도 아니고, 예술평론가도 아니다’며 겸손해했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책에 담긴 내용은 옹골차다.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무장하고, 나일 강을 따라 카이로·룩소르·누비아·알렉산드리아를 누비며 본 풍경과 이집트의 문화와 자연, 파라오의 역사, 종교 등 문명사 이야기를 날실과 씨줄처럼 치밀하게 엮었다.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읽은 이집트 문명 얘기도 흥미롭지만 그의 진솔한 목소리가 묻어난 이런 대목도 울림있게 다가온다. “하루 종일 사막을 가로질러 카이로로 돌아왔다. 버스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나는 섣불리 낮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을 단속했다. 사막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다….”

 저자는 “(지난) 4년 동안 많은 병을 앓고, 많은 불행을 겪었다. 이집트에 대한 읽기와 쓰기는 그 기간에 나를 견디게 해 준 귀한 일거리였다”고 했다. 열정은 힘이 세다. 이집트인들이 그토록 화려한 문명을 지어낸 것도, 수천 년이 지나 그 문명의 흔적을 좇으며 애정 어린 시각으로 쓰다듬고 음미하는 일도 다 열정의 힘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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