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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女직원과 바람피다…" 코믹 '울랄라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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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제목, 촌스럽다. 설정, 유치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 제대로 웃겨준다. 4회까지 방송된 KBS 월화극 ‘울랄라 부부’는 모처럼 등장한 폭소 유발 드라마다. 결혼 12년차를 맞은 고수남(신현준)·나여옥(김정은) 부부가 주인공. 전생의 못다 한 사랑이 이어져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된 둘이지만 이제는 “사랑한다고 결혼하는 것도, 결혼한다고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냉랭한 사이가 됐다. 급기야 남편이 호텔 여직원과 바람을 피워 이혼까지 이르게 되고 이혼 수속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두 사람의 영혼이 뒤바뀐다.

 ‘영혼 체인지’라는 식상한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드라마는 작정한 듯 말 안 되는 설정들을 끌어들인다. 주인공들은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고, 설화 속 존재인 월하노인(변희봉)과 무산신녀(나르샤)가 불쑥불쑥 등장한다. 4회 방송에서는 부부싸움을 하던 주인공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렇지 않나요?”라고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황당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이 정신없는 요소들이 신기하게 조화를 이루며 웃음으로 이어지는 게 이 드라마의 묘미다. 싸이의 뮤직 비디오에 버금가는 ‘B급 유머’랄까.

KBS-2TV 월화드라마 ‘울랄라 부부’.

 웃음이라는 장치를 통해 메시지가 무겁지 않게 전달되는 것도 장점이다.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이혼을 눈앞에 둔 부부의 디테일한 감정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아내를 무시하던 남편은 전업주부의 일상을 경험한 뒤 “더 이상은 못하겠다! 가정주부는 커피 브레이크도 없냐?”고 외치고, 남편 대신 호텔리어가 된 아내는 “직장생활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며 사회생활의 고충을 실감한다. 바뀐 몸으로 상대의 삶을 대신 살아가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뒤틀린 부부관계는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결론 또한 뻔하지만, 그래도 한번 지켜보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살린 건 두 배우의 제대로 된 코믹연기다. 여자가 된 신현준과 남자가 된 김정은은 그동안 갈고닦은 내공을 끌어모아 몸에 꼭 맞는 코믹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깜박이는 눈,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여성스러운 제스처와 말투로 “즈질~”이라고 외치는 신현준의 연기는 대체재가 없을 듯하다. 이렇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 재능을 뽐내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바보 연기로 보는 이들의 손발을 오그라뜨렸던 것일까. 무엇보다 드라마 속의 두 배우를 보고 있자면 정말 즐거워하며 연기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하는 사람이 즐거우니 보는 이에게까지 그 유쾌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