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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비결

중앙일보

입력

한해 석달은 온종일 대낮이고, 일곱달은 밤처럼 컴컴한 지구촌 최북단의 오지, 인구 1천만명도 안되는 스웨덴.핀란드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웨덴 투자청(STC) 의 아니카 렘베 공보관은 "정보통신의 기술.인력과 인프라가 최고라는 점이 직접 요인이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 효과적 사회통합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꾼 때문" 이라고 말했다.

◇ 선진 정보통신 인프라=1990년 초반 닥친 금융위기를 간신히 넘긴 핀란드는 93년 산업정책을 ''산업별'' 방식에서 ''클러스터(특화단지) '' 방식으로 전환했다.

행정 구역별로 한곳의 공과대학을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19개의 과학도시를 건립했다.

현재 8개의 산업별 클러스터를 선정해 오타니에미를 비롯한 정보통신 클러스터에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51%를 쏟아붓고 있다.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정부가 아닌 이 나라 최대기업 에릭슨의 주도로 70년대 후반부터 건설됐다.

에릭슨이 보유한 세계 정상급 GSM 무선통신 기술이 외국기업들에 매력적이었겠지만 정부도 많은 노력을 했다.

◇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정부가 앞장서 R&D를 챙기다 보니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중이 스웨덴 3.9%, 핀란드 3.1%로 세계 1, 2위 수준이 됐다.

일찍이 ''스웨덴식 개방'' 이라는 해외 우수인력 유치 정책을 가동해 성과를 본 스웨덴은 내년부터 평생학습계좌(ILA) 제도라는 또 다른 실험에 나선다.

기업.종업원이 공동 출연하는 사회교육기금을 통해 내국인들의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산업정책 결정과정에 민간 여론을 밀착 반영하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핀란드의 총리 직속 기구인 과학기술정책이사회(VTTN) 는 연간 3~5차례 열리는 정책회의에 노키아의 최고경영진을 참석케 한다.

삼성전자의 김동현 네덜란드 법인장은 "민원 때문에 관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른 고충은 뭐 없느냐'' 고 끈덕지게 캐묻는 자세가 마치 공무원이 아닌 비즈니스맨 같았다" 고 말했다.

◇ 사회적 통합=네덜란드의 노사정(勞使政) 합의 관행인 ''폴더 모델'' 은 노사분규로 얼룩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폴더(Polder) 란 이 나라 국토의 4분의1을 점하는 바다 간척지를 뜻한다. 암스테르담 소재 경영컨설팅 회사인 홀란더반데어메이의 프란츠 훌쇼프 부사장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폴더 정신으로 노사가 한발짝씩 물러서 82년 바세나 협약과 노사정 대타협을 이룸으로써 오늘날 네덜란드의 사회통합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고 말했다.

북구는 법인세에 비해 개인소득세 부담이 많다. 하지만 실업자 보호 등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해고 등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덜하다.

[스톡홀름.헬싱키=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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