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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감산효과 불투명...삼성.마이크론 동조 않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이닉스반도체가 최근 감산을 고려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D램 업계 전체의 감산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다우존스를 비롯한 외신과 몇몇 국내언론 들은 하이닉스가 현재 D램의 생산량축소나 조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증권사도 최근 보고서에서 하이닉스가 감산폭은 10-15%정도로 예상된다면서 직원들의 여름 휴가 확대나 생산량 조절 방식을 취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이닉스측은 이번 감산이 반도체시장에 적지 않은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며 가격회복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이다.

하이닉스 세미컨덕터 아메리카(미국법인)의 파하드 타브리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하이닉스가 D램 생산을 20% 줄인다는 것은 전세계 시장의 4% 생산감소를 의미한다"며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현재 공급초과는 5-8%정도로 상정하고 때문에 이번 감산은 심리적으로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모든 업체들이 최근의 시장상황에 대한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현상태를 더이상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이닉스의 본사 관계자도 "현재의 시장여건으로 볼때 현재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업계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업체들의동참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감산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D램 등 포트폴리오 생산을 강조하고있지만 이는 모든 D램이 과포화상태라는 시장상황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플래시 메모리나 S램과 같은 대안제품도 현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기대와는 달리, 세계 D램 업계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05930]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감산에 대해 일단 부정적이다.

삼성전자측은 64, 128메가 D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하이닉스와는 달리 256메가나 램버스 D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감산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외신과의 회견에서 감산 문제와 관련, "하이닉스가 다른 주요업체들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하면서 "불필요한 점유율희생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측도 "시장점유율을 두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있는 상황에서 생산비용을 줄여야 하는 것이 우선과제인데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며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 두 업체는 올하반기에 반도체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며생산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의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마타스는 하이닉스의 감산을 `무모한'' 계획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이번 감산이 D램시장 전체를 움직이지는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존 크로스는 상시적인 감산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으나 일시적인 감산은 업체들이 안고 있는 높은 재고수준, 그리고 수요 확대시 조속한생산확대 능력을 감안할 때 수급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이들 3개 업체의 서로 다른 시장대응에 대해 일종의 `치킨게임''이 진행중인 것으로 표현했다. `겁쟁이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치킨게임은 도로 양쪽에서 충돌 직전까지 차를 모는 시합으로 핸들을 먼저 돌리는 쪽이 패자다.

D램 업계에서 시장에 대량의 물량을 쏟아부는 것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젱업체를 몰아내기 위해 통상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전략이다.

마타스는 삼성전자는 "하이닉스의 감산을 비웃으며 점유율을 늘리려 할지 모른다.삼성측은 하이닉스 거래선들의 문을 두드릴 것"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가 "D램 시장의 미학은 적자가 생존한다"고 표현한 것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D램시장을 주도하는 이들 주요 업체들 가운데 어느쪽이 먼저 핸들을 돌릴지는두고볼 일이다. 다만 일본 반도체회사들에 이어 하이닉스가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있다는 것은 일단 시장내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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