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보다 간암 발병률 60% 높은 지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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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전남 진도군은 진돗개로 유명한 섬이다. 국내에서 셋째로 큰 섬인데 주민 3만3000명이 산다. 이 지역 주민들이 보건 당국의 주목을 받게 됐다. 간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보다 40~60%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사기간은 10년간(1999~2008년)이다. 국내 특정 지역에 장기간 암 집단 발생이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C형간염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시작한 암 역학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99~2008년 진도군의 인구 10만 명당 간암 발생률은 남성 71.7명, 여성 18.8명이었다. 이 수치는 전남도 전체 평균보다 40~60% 높은 것이다. 특히 1999~2003년에 진도군 남성의 간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91.6명으로 전남 평균(59.7명)보다 월등히 높다. 여성 간암환자도 10만 명당 19명으로 전남 전체(13.3명)에 비해 많았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남 46.5명, 여 12.3명)이나 중국·일본보다도 높은 수치다.

 보건 당국은 원인을 찾기 위해 2008~2009년 이 지역의 B형·C형 간염, 음주, 흡연 등 간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진도군의 C형간염 환자가 다른 지역(1% 내외)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진도 주민의 C형간염바이러스(HCV) 감염률은 2008년 12%, 2009년 7.8%를 기록했다. 20대도 17.6%로 높았다.

  질병관리본부 박혜경 감염병관리과장은 “C형간염을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지역만의 특별한 감염경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C형간염이 암이 되기까지 20~30년 걸리는데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오래전 일을 기억하지 못해 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최근 들어 간암 발병률이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젊은 층까지 C형간염이 확산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중·고생 1560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진도군보건소 관계자는 “3년간 원인 조사를 진행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발소나 목욕탕 등 공중위생시설에서 개인용품을 사용하도록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C형간염=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면역반응으로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 성적인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 소독되지 않은 침, 문신을 새기는 과정 등에서 감염될 수 있다. 예방 백신이 없지만 조기 치료 시 완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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