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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PD가 본 분쟁의 현장

중앙일보

입력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느새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관점으로 기울어져 있다.

예컨대 폭탄테러를 끊임없이 전하는 외신뉴스와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 세력 하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인상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난 봄 개편때 신설된 KBS2 '생방송 세계는 지금' (월~목 밤 12시10분) 이 2일부터 5회에 걸쳐 방송할 '아프가니스탄 스페셜 리포트' 는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려는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 2~4일과 9, 10일에 10여분씩 방영된다.

분쟁지역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FNS 프로덕션의 강경란(40.여) PD가 지난 5월 18일부터 한 달동안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과 탈리반의 본거지인 칸다하르, 이란으로 통하는 국경도시 헤랏 등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돌며 취재했다.

미혼인 강PD는 1997년부터 미얀마 반군의 독립투쟁, 중동분쟁과 코소보 내전, 인도네시아 종족 갈등 등 각국의 분쟁 현장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활동을 펴왔다.

강PD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여자들은 남편 아닌 남자와 얘기도 할 수 없고 또 사람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며 "사소한 취재를 위해서도 일일이 설득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고 말했다.

첫 회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탈리반에 대해 알아본다. 매년 탈리반 지지세력을 4천여명 배출하고 있는 이슬람 기숙학교 '아코라 카탁' 과 전투지역을 방문해 근본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2회는 지난 2월 탈리반이 파괴한 세계적인 불교유적인 바미얀 석불에 관한 내용이다. 이밖에 이슬람 근본주의의 영향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지뢰 등에 희생된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다. 또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생생히 전한다.

강PD는 "서구의 눈에 탈리반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 밖에 없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중앙아시아 자원을 노린 외세의 지배를 받았고 그 결과 21년간 내전을 겪고 있는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저항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한국도 우리의 시각으로 국제문제를 봐야할 때" 라며 "그런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현장 취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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