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흔들리는 '윔블던 권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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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24년 전통의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남녀 상금 차별 비판론에 이어 올해는 잔디코트 폐지론까지 대두했다. 게다가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윔블던 일정이 프랑스 오픈과 겹친다며 한주 늦출 것을 지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 잔디코트 폐지론〓영국 테니스의 대부 데이비드 로이드는 최근 "윔블던 남자경기는 보는 재미가 없어졌다. 서비스 한방으로 점수를 따는 단조로운 경기가 됐다" 고 비판했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은 공의 속도가 빠르고 바운드가 낮게 깔려 기술보다는 힘겨루기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로이드는 유럽 귀족사회의 전통을 고수하기 위해 엄청난 관리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잔디를 걷어내자고 주장했다.

◇ 상금 차별〓4대 메이저 대회 중 최고 상금(총상금 약 1백55억2천만원)을 자랑하는 윔블던은 우승 상금이 남자단식(50만파운드), 여자단식(46만2천5백파운드)로 여자가 남자의 92% 수준이다.

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WTA) 바트 맥과이어 회장은 "관중 입장수 등 흥행 측면에서 인기가 더 많은 여자경기가 상금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 일정 조정〓이달 초 ITF는 "내년부터 윔블던 대회의 일정이 6월 말에서 7월 첫주로 한 주 늦춰지게 됐다" 고 발표했다.

그동안 윔블던은 6월 둘째주에 끝나는 프랑스오픈과 불과 2주 차이로 열려 대다수 상위 랭커 선수들이 줄곧 일정 연기를 요청해 왔다.

◇ 윔블던 대회의 입장〓한 관계자는 "잔디는 윔블던이 지켜온 권위의 상징이며, 엄청난 관광 수입을 보장한다. 상금 차별도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개선하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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