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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화생방훈련보다 숨쉬기 힘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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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경북 구미에서 7일까지 병원 치료를 받은 주민은 모두 3178명이다. 대부분은 검사를 받고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지만 증상이 심한 7명은 구미 순천향병원과 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1㎞ 거리 이내에 있던 주민과 인근 업체 근로자들이다.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주민 김모(58)씨 부부도 병원에 입원해 하루 세 차례씩 항생제 링거액을 투여받고 있다. 김씨의 목안엔 아직도 심한 염증이 남아 있다. 병실에서 만난 김씨의 몸에는 불산 가스의 피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얼굴과 목·가슴에는 불에 덴 것처럼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목소리는 가래가 끼어 갈라졌다.

 김씨는 불산 누출 업체에서 250m쯤 떨어진 자신의 멜론 비닐하우스에서 출하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을 확성기를 통해 “인근 업체에서 불이 났다”는 방송이 나왔다. 5분쯤 지나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김씨는 자욱한 ‘연기’를 피하기 위해 산 쪽으로 2∼3분가량 뛰었다. 김씨는 “1m 앞이 안 보였다”며 “군에서 화생방 훈련을 할 때보다 더 심할 정도로 호흡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집에 있던 김씨의 아내(54)는 사고 현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남편을 찾아 비닐하우스 쪽으로 갔다. 하지만 갑자기 연기가 퍼지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씨 부부는 세수를 한 뒤 경북 칠곡군에 있는 친척집으로 피신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마신 연기가 무엇인지 몰랐다”고 했다.

 통증을 견디다 못한 김씨 부부는 2일 입원했다. 이들은 “불산 가스를 이렇게 많이 흡입해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후유증이 없어야 할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구미=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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