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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는 있더라…좌절하지 않는 자만이 그 날개를 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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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제껏 나는, 빌보드차트 1~2위 같은 건 엘비스나 비틀스같이 잘생긴 서양 사람들만 되는 건 줄 알았더랬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가수가 나올 줄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전혀 가수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과 몸매의 싸이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 더욱더 놀랍고 또 고맙다.

 연예인의 외모관리는 대중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통통한 볼살이 귀여운 그녀도, 푸근한 이미지의 따뜻함이 느껴지던 그녀도 모두 대중에 대한 예의를 차리느라 턱을 도려내고 눈을 찢고 입술까지 홀라당 뒤집고는 브라운관에 등장들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바뀐 외모로 등장해서 인기가 더 올라간 경우는 여태 보지 못했다. 통통한 볼살이, 푸근한 이미지가 그녀들의 매력이었고 개성이었기에 말이다.

 빌보드차트 덕에 시청 앞 광장을 수많은 관중으로 반짝반짝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같이 장식해 전 세계로 무료 홍보해준 싸이가 정말로 고마운 이유는 따로 있다. ‘남들은 역경도 없이 잘만 나가는 데 왜 나만…’ 이런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모든 걸 남 탓, 운 탓으로 돌리는 그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역할을 그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싸이. 사실 그는, 그의 능력에 비해 운이 잘 따라주지 않았던 사람이다. 2002년이었던가. TV에서 그를 처음 봤다. 챔피언이란 노래에 맞춰 정신없이 춤을 추며 노래하던 그의 모습. 넘치는 그 에너지에 놀랐고 멋진 비트와 훌륭한 멜로디에 놀랐고. 전혀 가수 같지 않은 큼직한 아저씨형 외형에 또 한 번 놀랐다.

 그가 부른 대부분의 곡들이 그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그는 남다른 재능과 끼를 가진 인물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상 코앞에만 가면 행운의 신이 그를 끌어내렸다. 대마초 사건이나, 모든 남자들의 악몽이라는 ‘군대 두 번 가는 일’의 그 흔치도 않은 일까지 겪게 하면서 말이다. 2007년 ‘낙원’ ‘연예인’ 등의 히트 행진을 목전에 두고서 아내와 갓 태어난 쌍둥이 딸을 두고 현역으로 다시 입대하는 그의 마음이 오죽했겠는가. 그때도 그는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하며 원망하지 않고 쿨~하게 다녀와서 쿨~하게 컴백했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서…’ ‘명절 외로움 때문에 난동을…’ ‘시련을 감당하기 힘들어 자살 시도…’. 이런 어리광은 이제 그만! 이런 경험. 싸이도 다 해봤을 거다. ‘가수에 걸맞지 않은 외모 콤플렉스, 소외감과 외로움, 겹쳐 몰려오는 시련’.

 눈앞에 닥친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더라. 힘든 일이 몰려올 때마다 파도타기 하듯이 ‘한 역경이요, 두 역경이요’ 세어가며 느긋하게 몸을 맡겨 보자. 쿨~하게 이겨내고 쿨~하게 컴백해서 핫~하게 쟁취한 싸이처럼 말이다.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는 있더라. 그 날개는 희망을 가지고 좌절하지 않는 본인 자신만이 펼칠 수 있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