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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피해 확산 … 환자 1500명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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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 재난합동조사단이 5일 불산 가스 누출로 피해를 본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밭에서 멜론의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구미=연합뉴스]

경북 구미의 ㈜휴브글로벌 불산(弗酸·무색의 유독성 액체)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9일째인 5일 피해자가 1500여 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접수된 불산 흡입 환자는 전날 893명보다 701명 늘어난 1594명으로 집계됐다. 농작물 피해는 당초 91.2㏊에서 135㏊로, 가축은 1313마리에서 2738마리로 급증했다. 부식 차량도 25대에서 516대로 늘었다. 인근 기업 40곳은 53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환자 중 5명은 구미차병원 등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휴브글로벌과 인접한 산동면 봉산리 주민이다. 하지만 사고 지점에서 1.5㎞ 떨어진 지역의 일부 주민도 두통과 메스꺼움·근육통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응급치료는 구미 지역 3개 병원에서 칼슘제제를 흡입하도록 하고 폐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X선 촬영을 하는 정도다. 주민 김모(52)씨는 “불산 가스를 마신 뒤 두통이 심해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계명대 의대 김성진(응급의학) 교수는 “불산을 많이 흡입하면 혈중 칼슘·마그네슘 농도가 떨어져 부정맥·근육마비·심장마비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한 환자는 입원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합동조사단을 구미에 파견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조사단은 환경부 등 9개 부처 관계자 등 26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이날 오후 봉산리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한상원(국무총리실 안전환경정책관) 조사단장은 주민들에게 “대기·수질·토양 오염과 농작물 피해, 주민건강 상황 등을 면밀히 파악한 뒤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지 빨리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환경부를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불산 가스 누출사고 직후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추궁했다. 화학물질 사고 대응 매뉴얼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사고 다음 날 오전 3시30분 독성물질 제거작업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에서 한 단계 낮추고, 오전 11시 주민들을 복귀시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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