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안·왕자웨이 - 주연 BM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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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호장룡'을 봤다면 장쯔이와 양쯔충이 벌였던 한밤의 추격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무림의 두 고수가 현란한 몸놀림으로 붙었다 떨어졌다 쫓고 쫓기며 중국 무예의 진수를 선사했다.

리안 감독이 이번엔 자동차 추격 장면을 찍었다. 3,4대의 자동차가 급커브와 유턴을 하면서 도로 위에서 춤을 춘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처럼 유연한 몸짓으로 뭉쳤다 흩어졌다 자유 자재의 신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한가지, 이 작품은 광고는 아니지만 분명한 상업용이다. bmwfilms.com에서 상영중인 BMW 자동차 홍보용 인터넷 미니 시리즈 '하이어'의 한 편을 리안이 맡은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은 리안 만이 아니다. '로닌'을 찍은 존 프랑켄하이머, '화양연화'의 왕자웨이 그리고 '스내치'의 가이 리치까지. 화려하지 않은가? 인터넷 영화계에 사상 최고의 감독들이 등장한 것이다.

BMW의 목적이야 당연히 홍보에 있지만 영화속에서 자동차의 성능을 이러쿵 저러쿵 늘어놓는 일은 없다. 군소리없이 보여줄 뿐이다. 감독들 각각의 개성이 잘 살아있어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상업과 영화가 결합한 이상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한 편이 5분에서 6분 가량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특별한 고객들을 실어 나르는 임무를 띈 한 남자(클라이브 오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리안은 망명한 티벳 소년을 다룬 '초슨'에서 위에서 이야기한 자동차들의 춤추는 추격신을 보여줬다.

가이 리치는 '스내치'의 재기발랄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타'에서 자신의 부인 마돈나를 연상시키는 팝스타를 등장시켜 급가속 급제동에 하늘을 날기까지 하는 BMW 안에서 뒹굴고 찌그러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프랑켄하이머는 '앰부시'에서 격렬한 총격전을, 그리고 왕자웨이는 '팔로우'를 통해 전매 특허인 독특한 영상미를 선사했다.

각각의 영화들에는 주연인 오웬을 비롯해 미키 루크, 아드리아나 리마 등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진짜 주연은 역시 BMW. 자동차 매니아가 아닐지라도 군침을 삼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차를 사라고 권유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지만 '견물생심' 아니던가. BMW를 살 수는 없었지만 영화는 공짜로 볼 수 있다.

뛰어난 화질에 대해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와이드 스크린 비율의 작품들은 현란하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을 스트리밍으로 보여주면서도 찌그러짐이 거의 없다. BMW에서 특별히 제작한 플레이어로 볼 경우에는 완벽에 가깝다. 자동차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BMW답게 인터넷 기술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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