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공산당 발표문서 ‘마오 사상’ 왜 빠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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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공식 발표하는 문서엔 통상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사진)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장쩌민 이론), 과학적 발전관(후진타오 지도사상)이 언급된다. 이 다섯 가지가 신중국의 근간이 되는 이념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 ‘마오쩌둥 사상’이 빠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산당 제18차 당대회 11월 8일 베이징에서 개최 건의’와 ‘중앙정치국 회의, 보시라이(薄熙來)의 당적과 공직 박탈’ 제하의 발표문에선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적 발전관’만 언급했고, 마오쩌둥 사상은 빠졌다고 홍콩 뉴스사이트 명경(明鏡)이 1일 보도했다. 신중국 건국의 아버지 격인 마오를 누락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명경은 이에 대해 중국 최고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내내 계속된 반일 시위에서 상당수 시위대는 마오의 초상화를 들었고, ‘마오쩌둥 돌아오라’는 구호를 외치며 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를 보고 놀란 지도부가 전략적 공동인식을 갖고 마오쩌둥 사상을 뺐다는 것이다. 일부 시위대가 보시라이에 대한 지지의 표현으로 마오를 외치고 있다는 보도들도 지도부를 당황케 했을 수 있다. 보는 충칭시 당서기 시절 마오의 혁명정신을 배우자는 ‘홍색 정책’을 통해 좌파(보수파)의 기수로 떠올랐었다. 반체제 학자인 신쯔린(辛子陵)은 정치국이 마오쩌둥 사상을 언급하지 않겠다는 ‘179호 결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중국 지도부에 마오쩌둥은 숭배의 대상인 동시에 골칫거리였다. 생전엔 문화대혁명 을 일으켜 류사오치(劉少奇)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을 무너뜨렸다. 사후엔 개혁·개방 정책을 반대하는 좌파의 ‘아이콘’이 됐다. 현재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이 개혁개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지도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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