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커튼 콜 … 파리가 반한 심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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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발레 ‘심청’은 한국 발레의 세계화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의 창작 발레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초청 공연을 펼쳤다. 사진은 심청이가 선원들에게 끌려가는 장면.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한복에 토슈즈를 신은 한국 발레가 ‘예술의 도시’ 파리를 사로잡았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에서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창작 발레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 발레단의 창작 발레가 프랑스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 관객은 한국적 아름다움과 효(孝) 사상을 표현한 발레 ‘심청’에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장인 ‘팔레 데 콩그레’는 1974년 개관했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초연된 곳이다. 1800여 객석은 가득 찼다. 세 번의 커튼 콜,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10여 분간 박수를 보냈다.

 ◆“강렬한 남성 군무 인상적”=발레 ‘심청’은 발레리노에게 힘든 공연이다. 폭풍우 몰아치는 인당수 선상에서 선원역의 남자 무용수들이 추는 군무는 이 작품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장면으로 꼽힌다. 그러한 평에 걸맞게 역동적이며 일사불란한 남성 무용수들의 몸짓은 객석을 압도했다.

 공연을 본 나탈리 살리(여·24)는 “ 한국 발레리노는 매우 남성적이고 강렬해 여성 무용수가 더 우아하게 보이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바다에 빠진 심청이 용궁에 끌려들어 가는 영상으로 시작된 2막은 화려한 볼 거리를 선사했다. 동화 속 용궁을 그려내듯 다양한 빛깔의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와 한국 춤사위를 접목한 독특한 움직임은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극의 절정인 3막에서 관객들은 작품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심청의 황혜민과 왕을 맡은 엄재용이 달빛 아래 사랑을 약속하는 ‘달빛 파드되(2인무)’ 때 객석은 숨죽였다. 8월 결혼한 두 사람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클래식 발레와 한국 문화의 마리아주(결혼)”=고전 발레와는 확연하게 다른 것이 발레 ‘심청’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궁궐과 전통 마을 등 한국미를 살린 무대 장치와 궁중 대례복과 같은 화려한 한복 의상, 탈춤 등을 응용한 춤사위는 새로운 동시에 낯설기 때문이다.

 이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C.O.C.O.A 대표 에띠엔느 통은 “발레 ‘심청’은 한국 전통 문화와 클래식 발레의 마리아주(결혼)”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공연을 관람한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도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부모에 대한 사랑과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고 소감을 밝혔다.

 창작 발레의 세계화와 ‘발레 한류’의 가능성을 연 발레 ‘심청’은 1986년 초연 이후 세계 10개국에서 200여 회 무대에 올랐다. 이번 파리 공연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은 일본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만, 러시아, 파리로 이어지는 올해 월드투어를 마감했다. 내년에는 스페인 공연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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