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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살해하려다 자녀들에 접근해…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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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모군이 소지하고 있던 메모와 야전삽, 서바이벌 게임용 권총. [연합뉴스]

추석 연휴 전날 우울증 병력이 있는 고교 중퇴생이 초등학교 교실에 침입해 야전삽을 휘둘러 학생 6명을 다치게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8일 김모(18)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갔다. 교사 증축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공사 차량 통행을 위해 후문을 잠시 열어둔 상태였다. 김군은 교복을 입은 채 공사 차량 뒤에 붙어 후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4학년 교실로 들어간 김군은 왼손에 서바이벌 게임용 권총을 들고 학생들을 위협했고, 오른손으로 60㎝ 길이의 야전삽을 휘둘렀다. 당시 학급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학급반장 장모(11)군은 김군이 휘두른 야전삽에 맞아 왼쪽 턱이 파여 병원으로 실려갔다. 임모(11)군과 김모(11)양은 각각 팔과 배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입술 등에 상처를 입은 남학생 1명과 여학생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당시 담임 교사 주모(37·여)씨는 교실 뒤편에 앉아 있다 김군을 제지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주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옆 반 남자 교사 두 명이 몸싸움 끝에 김군을 5분 만에 제압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군은 지난해 8월 인천 K고교 2학년을 다니던 중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K고교 관계자는 “김군이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에선 책상을 치거나 교실을 서성거리는 증상을 자주 보였다. 지난해 학교 옥상에서 자살 소동을 벌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경찰 조사에서 “내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그는 심한 우울증으로 지난해 초 2주간 인천 소재 모 신경정신과 폐쇄병동에서 격리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 최근까지 월 1회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군은 또 최근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수능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검거 당시 김군의 주머니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다 해도 제겐 절대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니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변명은 안 하겠습니다. 제 장례식은 치르지 마시고 남은 시신 처리나 해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는 정치인과 연예인의 자녀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비원 외에 2명의 ‘배움터 지킴이’를 따로 두고 있었지만 김군의 범행을 막진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정부와 정치권이 학교 내 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가혁·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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