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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러시아 공무원의 해외 재산은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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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해외 부동산 및 은행계좌 소유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러시아 의원들의 최근 제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 공무원 제도를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지, 공무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의 권한은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년 3월 당시의 대통령 몌드베데프는 공무원들에게 업무 수행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무원들 각자가 자신의 책임이 막중한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합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또 순환 근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 언급에 따르면 “공무원을 위한 시험 및 경쟁 제도를 단계적으로 정착시켜야 하며, 결국 임금과 함께 공무원이 받는 혜택 및 특권이 이들의 업무 추진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려면 보상규모가 시장 기준으로 적정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시험을 통해 공무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는 이미 동서양 여러 나라에서 운영 중이다. 러시아에서도 경쟁을 거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공석을 채울 때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을 치르는 정도가 전부다.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국가공무원(여기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들 및 여러 입법 기관 소속 의원들이 포함된다)의 업무 추진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일부 의원의 발의로 공직자들의 해외 계좌 및 재산에 관한 두 가지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첫 번째 법안은 통합러시아당 출신 의회 부의장 세르게이 젤레즈냑 의원과 정의러시아당 소속 일리야 포노마료프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공직자들이 자신의 해외 보유 자산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편 의회의 여러 교섭단체들을 두루 대변하는 의원들이 발의한 두 번째 법안은 중앙 및 지방공무원, 그들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까지도 향후 6개월 이내에 자신 명의로 된 외국 은행계좌 및 해외 재산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소 500만 루블에서 최대 1000만 루블에 달하는 벌금형 또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제안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정부 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렘린 당국은 현재 이 두 가지 안 중에서 보다 엄격한 내용의 두 번째 법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재산 보유 자체가 아닌 이를 숨기는 행위가 불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공직자들이 해외에 소유하고 있는 집과 아파트를 모두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의원들은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공무원 자녀들의 해외 유학도 금지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에 대해 러시아 언론은 비아냥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식으로 갈 경우 러시아에서 공무원은 가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지 않겠냐는 얘기다. 그러면서까지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이 있을까?

한편 최근 '사회 여론' 재단이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인들은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엄격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 66%가 공무원들의 해외 은행계좌 및 해외 재산 보유 금지에 찬성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26%는 러시아로부터 자본 유출을 방지하려면 이 같은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고, 16% 는 공직자들이 해외로 빼돌리는 자금이 부정부패를 통해 얻은 돈으로 확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최근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고 이 법안의 효과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인사들도 있다. '중앙 및 지방 행정 현대화 연구소'의 블라디미르 유자코프 소장은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공무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 재산을 차명으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외적으로 러시아는 자기 나라 사람들을 믿지 못할 뿐 더러 공무원들의 자산을 조국에 예금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무튼 새 법안의 적용 대상은 고위층에 속하는 일부 공무원 그룹이 될 공산이 크다. 참고로 러시아 중앙 공무원 수는 전체 인구 1억 4천 3백만 중에서 50만 이상을 헤아린다.

아르쫌 산지에프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 발간하고 중앙일보가 배포한 ‘러시아FOCUS’에 게재된 기사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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