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눈물의 이적생들 '웃음 꽃'

중앙일보

입력

"고향을 떠나려니까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남들이 비웃을까봐 이를 악물었어요. "

1982년 12월 프로야구 트레이드 1호로 대구에서 광주행 보따리를 쌌던 서정환 현 해태 수석코치는 당시를 술회했다. 그때만 해도 트레이드되면 거의 쫓겨난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 출범 이후 총 2백26건의 트레이드가 이뤄지면서 이제는 팀 전력 향상에 필요한 선수를 주고받는 상생(相生)의 거래가 정착됐다.

올들어서도 21일 현재 총 10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돼 선수 23명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이들 가운데 LG 장재중, 한화 최영필, 해태 이동수, SK 안재만 등은 벤치 워머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LG는 지난 4월 내야수 안재만을 SK로 보내고 포수 장재중을 데려왔다. 장선수는 LG의 주전 포수 김정민과 조인성을 제치고 안방을 차지했다. 1m72㎝ · 72㎏으로 포수로서는 체격도 크지 않고 타율(0.233)도 눈길을 끌지 못해 SK에서는 벤치 신세였으나 절묘한 투수 리드 능력 하나만으로 LG 김성근 감독대행의 낙점을 받았다.

프로 데뷔 8년차인 장선수는 쌓였던 한이 풀린 듯 타격감도 살아나 지난 21일 잠실 해태전에서는 0 - 1로 뒤지던 6회말 역전 2타점 3루타로 팀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안재만도 내야 수비가 불안했던 SK에서 주전 3루수를 꿰차며 안정된 수비와 한방을 갖춘 대형 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상목 · 조규수 등 주전 투수의 난조로 고민에 빠졌던 한화도 현대로부터 투수 최영필을 영입한 뒤 한숨을 돌렸다. 97년 1차 지명으로 현대 입단 후 정민태 등 막강 현대 투수진의 그늘에 가려 늘 2군에서 지냈던 최선수는 20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1년8개월여 만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안타, 탈삼진 5개, 2실점으로 호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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