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가 부족하다고? 정작 심각한 건 '불균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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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의사수가 얼마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의 근거도 부족하다. 의사가 몇 명인지 보다 심각한 건 '분포'의 문제다. 지역, 직역, 전공별 불균형부터 해결해야 한다"

최근 의료인력 수급이 정부와 의료계의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의사수를 늘리는 것보다 의료인력 분포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6일 의협회관에서 개최한 '왜곡된 의료인력 수급 개선을 위한 정책적 모색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하나 같이 '의사수'보다는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발표를 맡은 경희대 의료경영학 김양균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1.9명으로 OECD평균 3.1명에 못미친다며 일각에서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같은 의사 증가추세라면 2024년 OECD평균과 같아진다"고 말했다.

의사수 충원을 위해 2014년 의과대학ㆍ의전원의 정원을 늘린다면, 이들이 활동하는 시기인 8~10년 후에는 의사 과잉 공급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 의사수가 넘쳐나면 결과적으로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사수의 부족보다는 지역별 배분이 더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양균 교수는 "현재 대도시와 군지역 사이의 의사수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의사수가 OECD평균에 이르더라도 이런 문제는 지속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센티브나 환자당 지원금 등을 통해 지역의 불균형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것.

▲ 26일 열린 '왜곡된 의료인력 수급 개선을 위한 정책적 모색'토론회 사진=김수정 기자

토론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 윤용선 보험의무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OECD평균 수가의 30%에 불과한 저수가체계이고 의료접근성도 다른나라에 2배 이상"이라며 "OECD평균 수치만으로 의사수가 부족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의사수가 많이 부족해야 하나, 개원가에서 체감하는 의사수는 오히려 과잉에 가깝다는 것.

대한의학회 이윤성 부회장은 "적정의사수라는 것 자체가 정의가 없다"면서 "진료를 2분만에 보는 의료 시스템과 20분 동안 보는 시스템을 '의사 몇 명'이라는 단순한 수치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순한 '의사 숫자'가 아닌 '분포'의 문제라는 것. 의사수는 의대 정원만 늘리면 바로 해결되지만, 불균형의 문제는 쉽게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성형외과 의사, 서울 지역의 의사가 부족하다고는 아무도 말 안한다"며 "지역뿐만 아니라 의료 직역간, 전공간의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라며 이 부분부터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의사수 증원의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남기훈 의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기에 앞서 부실대학 문제부터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남기훈 의장은 "의사수가 특별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역 불균형, 대학병원의 집중화, 기피과 문제 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의대를 신설해 의사수를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부족한 곳에 혜택을 주거나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부실대학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의사수 부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지닌 발표자, 토론자들로만 구성돼, '반쪽 짜리' 토론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한의학회 이윤성 부회장은 "한쪽 편이 몰려서 하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며 "극단적, 감정적 논리는 배제하고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진정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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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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