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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교환학생, 호주서 부동산 재무 인턴십 … 다양한 인맥도 쌓아 ‘경력 업그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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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경영학석사과정(MBA)이 출범한 지 7년째다. 국내 경영대학원은 해를 거듭하며 내실을 다져왔다. 그 결과 외국 기관에서 뽑는 우수 MBA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경영대학원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경영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길이 열리자 많은 사람이 국내 MBA를 찾는다. 실무중심 교육을 통해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곽종헌씨는 “MBA로 학력 콤플렉스 극복과 함께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적성 찾아 도전해 학력 콤플렉스 극복

곽종헌(27·기아자동차)씨는 MBA로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그는 지방대 출신이란 벽을 뛰어넘기 위해 MBA를 찾았고 졸업과 동시에 원하던 기아자동차에 들어가 서비스 마케팅팀에 발령을 받았다.

 “대학 4학년 때부터 국회에서 일했어요. 핵심 보좌관들을 돕는 역할을 맡았죠. 나름대로 꿈을 꾸며 열심히 했는데 지방대 학사 학력으론 많은 한계가 있더군요. 자기계발을 통해 저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었는데 일반 석사과정보다는 여러 가지 혜택이 있는 MBA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곽씨는 2009년 서강대 주간 MBA인 심바(SIMBA)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공부뿐 아니라 MBA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서도 원우회장을 맡았던 경험은 인맥 형성과 MBA 전반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원우회장은 학생회장과 비슷해요. 교수와 학생 간 관계, 등록금 제도, 교환학생 제도, 학점 제도 등을 교수들과 의논하면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죠. 특히 대학과 달리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모인 곳이다 보니 작은 사회를 맛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어요.”

김해현씨는 “2년간 계획을 잘 세워 MBA만의 다양한 혜택과 기회를 잡는 게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김해현(28·LG이노텍)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9년 이화여대 MBA(주간)에 입학했다. 그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뒤 관련 분야에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늘 고민했다.

 “전 직장에서 하는 일이 제약사업부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거였어요. 대학생 때 인턴까지 마치고 선택한 진로였지만 만족을 못했죠. 학생 시절부터 실험보다는 무언가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고 기획하는 걸 좋아했어요. 제 미래를 위해 과감히 그만두고 경영 전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MBA를 선택했습니다.”

 김씨는 경영대학원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팀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분석·전략수립·기획 등에 몰두했다. 특히 경영전략과목은 팀원들과 일주일에 두 번씩 반드시 회의실을 빌려 더 공부했다.

 “힘들었지만 각 기업에 대해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어요. 무엇보다 항공사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죠. 공부하기 전까지 항공사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운송회사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보다는 화물을 운송해 얻는 이익이 훨씬 많더라고요. 따라서 택배회사처럼 주요 도시나 나라에 지점을 만들어 중심허브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은 김씨는 MBA를 마친 지난해 국내 굴지의 전자부품업체인 LG이노텍에 입사, 경영전략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곽씨와 김씨는 열심히 하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이 MBA라고 입을 모았다. 마음만 먹으면 훨씬 다양하고 전문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턴십은 물론이고 유럽·미주 등에 있는 명문대들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진로탐색 등 각종 교육과정이 있다.

특성에 맞는 인턴십 프로그램 소개 받아

곽씨는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견문을 넓혔다. 패션과 화장품·시계 같은 럭셔리 업종 마케팅으로 유명한 파리 ISC경영대에서다. 이들 분야에 관심이 컸던 건 아니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선택했다.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우회장을 맡은 뒤부터 그의 눈엔 프랑스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가 새롭게 들어왔다.

 “한국은 교수와 학생이라고 하면 도제식 개념이잖아요. 하지만 프랑스에선 학생들이 등록금을 냈으니 교육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깊이 있는 학문적 교류를 비롯해 진로와 개인적 문제에 대한 조언도 하면서 사적 교류를 많이 하더라고요.”

 서강대 MBA 학생들은 해마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세계적 석학들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이 수업을 이수해야만 서강대 MBA를 졸업할 수 있다. 곽씨는 이런 교류 또한 풍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수업에선 미네소타주립대 교수와 학생들이 실제로 연구했거나 창업에 성공한 사례들이 소개됩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이 아니죠. 더욱이 IT 같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요 분야 외에 세포 배양이나 종자 개발 등의 중요성도 배우게 됩니다. 국제경제에선 곡물가가 유가를 움직이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해외 교류를 통해 이런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죠.”

김씨는 교환학생으로 호주 멜버른의 디킨대를 다녀왔다. 이 대학은 인턴십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학교 측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직장을 소개해 준다.

 “전 주로 부동산 분야 재무 업무를 했어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호주인이 일하는 방식이나 기업 분위기를 익히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특히 한국처럼 일에 좇기며 빡빡하게 일하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곽씨와 김씨는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특히 교환 학생의 경우 선발 과정도 대학에 비해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많은 학생이 지원하는 학사과정과 달리 상대적으로 지원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토플이나 아이엘츠(IELTS)와 같은 영어능력평가시험의 성적이 일정 수준만 넘으면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절차도 간편하다.

 다른 학생과 교류하며 실무 정보 얻어

MBA를 통해 훌륭한 성과를 거둔 곽씨와 김씨는 MBA의 가장 큰 장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인맥이라고 답했다.

 곽씨는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비슷한 목표를 갖고 공부하기 때문에 정보 공유 및 활용이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주말 MBA 같은 특정 과정엔 여러 분야 기업 CEO가 많이 참가해 실제 경영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 역시 다른 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이화여대는 여성만 있는 학교라는 특성 때문에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학생들 간 공통된 관심사가 더 많아요. 그 중 하나가 기업 여성 간부에 대한 궁금증이죠. 회사 지원을 받아 공부하는 팀장급 학생들이 있는데 그들과 대화하면 한 명의 멘토와 얘기하는 기분이에요. 그들의 경험을 들으며 업무 외에도 결혼·육아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렇게 맺어진 인간관계는 취업 후에도 종종 도움이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일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기사나 인터넷 검색만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별거 아닌 일로 일주일 넘게 끙끙거리기도 하는데 이럴 때 같이 공부했던 동기 중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나 교수에게서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곽씨와 김씨는 MBA 입학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했다.

 “경영학석사과정을 밟는 2년 동안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MBA를 마친 것만으로 기업에서 대우를 해 줄 거라고 기대하면 실망이 클 거에요. 아직 우리나라에선 기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MBA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까요. 이미 말했듯이 인턴십·교환학생·학교추천제 등 여러 제도를 잘 활용하면서 인생 계획을 세워야 결실을 볼 수 있습니다.”

글=심영주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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