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섬유 케이블망 애물단지로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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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열 대동맥으로 각광받던광섬유 케이블이 수백억 달러의 투자금만 잡아먹고 가동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다.

1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초고속 인터넷시대의 희망을 갖고 전세계에 깔린 광섬유 케이블은 총 1억6천만㎞로 태양까지 도달하고 남을 정도의 길이다.

여기에 투자된 돈만 350억달러에 달하고 있지만 현재 가동되고 있는 것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체나 개인이 이를 이용하려면 고속 접속회선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으로써 광섬유 케이블망을 깔아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고속도로는 텅 비었는데 진입로가 없어 고속도로를 타지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이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하기 위해 고속 접속회선을 설치하는데는 5억달러의 비용이 들고 1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섬유 케이블망을 깔아온 통신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현재까지 깔린 광통신망을 완전히 이용하는데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의 사장 하워드 얀젠은 "광섬유 케이블망을 까는 것보다가동하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이를 일반 고객에게 연결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잡아먹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섬유 케이블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도 급격히 줄어들어 올들어 지금까지 관련기업의 부도액이 139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손실은 128억달러에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금융 자회사 ''GE 캐피털''의 경우 통신업체에 투자를 했다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GE 캐피털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광섬유 케이블망 설치를 위해 지난 97년에 창업된 ''글로벌 크로싱''의 주가는 기업공개 당시 주당 73.375달러에서 현재는 8.66달러로 크게 떨어졌다.(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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