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걷히며 세계 증시 기지개…햇살, 국내에도 비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두달여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고유가, 중국의 위안화 절상 우려 등 그동안 세계 증시를 짓눌렀던 각종 악재들이 약속이나 한듯 속속 걷히면서다. 세계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다우지수의 경우 이번 주 들어 지난 18일까지 3일 동안 30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나스닥 지수 역시 18일 26.50포인트(1.3%) 급등하며 2000선을 회복했다.

이 같은 미국 증시발 훈풍에 힘입어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9일 일제히 급등했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21.73포인트(2.34%) 뛰었고, 일본 닛케이지수(2.23%), 대만 가권지수(1.36%) 등도 크게 올랐다. 때마침 한국 증시에는 펀드 수탁액이 5년여 만에 200조원을 넘어섰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그러나 상당수 아시아 전문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주식 투자비중의 축소를 검토 중이란 우울한 소식도 전해진다.

◆ 먹구름 걷혔나=미국의 정책 금리를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시장을 달랜 것이 단초가 됐다. 여기에 그간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던 국제 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증시에 힘을 불어넣었다. 19일 현재 중동산 두바이유.미서부텍사스중질유 모두 배럴당 40달러 중반선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발언이 치솟는 유가를 되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덕에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들의 인플레 우려가 한풀 꺾였다. 위안화 절상에 대해 중국 정부가 외압에는 굴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절상 시점이 올 연말께로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 것도 각국 증시의 투자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 5월 들어 지난 18일까지 MSCI지수 기준으로 미국 등 북미 증시는 4% 가량 급등했으며 남미 증시도 6.2%나 치솟았다. 또 한국을 포함한 신흥아시아시장도 2.7%, 유럽은 1.4% 각각 상승했다.

◆ 전망은 엇갈려=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주요 악재가 해소된 만큼 당분간 세계 증시가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수석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중기적 지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60일 이동평균선이 상향세로 돌아서 당분간 추세적 상승 흐름을 어어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훈풍이 부는 가운데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도 꾸준히 유입돼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18일 아시아 전문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한 설문 결과 한국 증시 전망이 비관적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무엇보다 향후 1년간 기업들의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며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축소를 권한다"고 밝혔다. 반면 싱가포르.대만.태국.말레이시아.인도 등의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