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도 혼자 오는 손님이 반가울 리 없다. 4인용 테이블을 한 명이 차지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한식집에선 손님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밑반찬 차리기는 마찬가지다. 메뉴도 2인분 이상 시켜 함께 먹는 것이 많다. 직접 해먹기도 간단치 않다. 음식이란 딱 1인분 만들기가 어렵다. 조금 만들어도 다듬고, 지지고, 볶는 기본 공정은 다 거쳐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딱히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퇴직자, 혼자 사는 노인, 맞벌이나 결손 가정의 아이들, 전업주부, 기러기 아빠…. 또 직장인도 예외가 아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왔는데 약속이 없으면 초조해진다는 사람도 있다. 상사가 점심 약속이 없으면 아랫사람이 같이 먹어주기도 한다. 소위 '밥 사역'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혼자 밥 먹는 사람은 늘어난다. 사회적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혼자 밥 먹는 것을 '고식(孤食)'이라고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하루 세 끼를 모두 고식하는 사람이 무려 30%나 된다. 고령화와 개인주의 풍조 탓이 크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음식점들도 고식 손님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혼자 앉아 먹어도 부담 없는 카운터 석을 많이 둔다. 이곳이 꽉 차면 합석을 권한다. 합석 손님끼리 고기 굽는 불판을 함께 쓰도록 하는 곳도 있다. 손님들도 이를 당연히 여긴다.
문제는 고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영양학자들은 혼자 식사하면 소화를 돕는 침이 덜 나오는 반면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돼 위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메뉴가 제한되다 보니 영양의 균형을 잃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선 고식을 사회문제로 보기도 한다. 고령화가 빠른 우리도 곧 이런 현상이 나올 법하다. 즐겁고 건강한 식사를 위해 미리미리 '밥 친구'라도 만들어 둬야겠다.
남윤호 패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