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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고식(孤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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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혼자 하려면 영 어색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식사다. 물론 가끔은 편할 때도 있고 조용히 혼자만의 식사를 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 밥을 사먹으면 왠지 초라해 보인다. 남들의 시선도 느껴진다.

음식점도 혼자 오는 손님이 반가울 리 없다. 4인용 테이블을 한 명이 차지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한식집에선 손님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밑반찬 차리기는 마찬가지다. 메뉴도 2인분 이상 시켜 함께 먹는 것이 많다. 직접 해먹기도 간단치 않다. 음식이란 딱 1인분 만들기가 어렵다. 조금 만들어도 다듬고, 지지고, 볶는 기본 공정은 다 거쳐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혼자 밥 먹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딱히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퇴직자, 혼자 사는 노인, 맞벌이나 결손 가정의 아이들, 전업주부, 기러기 아빠…. 또 직장인도 예외가 아니다. 점심시간이 다가왔는데 약속이 없으면 초조해진다는 사람도 있다. 상사가 점심 약속이 없으면 아랫사람이 같이 먹어주기도 한다. 소위 '밥 사역'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혼자 밥 먹는 사람은 늘어난다. 사회적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생활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혼자 밥 먹는 것을 '고식(孤食)'이라고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하루 세 끼를 모두 고식하는 사람이 무려 30%나 된다. 고령화와 개인주의 풍조 탓이 크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음식점들도 고식 손님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혼자 앉아 먹어도 부담 없는 카운터 석을 많이 둔다. 이곳이 꽉 차면 합석을 권한다. 합석 손님끼리 고기 굽는 불판을 함께 쓰도록 하는 곳도 있다. 손님들도 이를 당연히 여긴다.

문제는 고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영양학자들은 혼자 식사하면 소화를 돕는 침이 덜 나오는 반면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돼 위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메뉴가 제한되다 보니 영양의 균형을 잃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선 고식을 사회문제로 보기도 한다. 고령화가 빠른 우리도 곧 이런 현상이 나올 법하다. 즐겁고 건강한 식사를 위해 미리미리 '밥 친구'라도 만들어 둬야겠다.

남윤호 패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