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10곳중 4곳 이자도 감당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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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의 1분기 수익이 나빠진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침체 탓이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환율은 오름)에 따른 환차손, 증시 침체에 따른 주식 등 유가증권의 평가손실이 겹쳤다.

기업의 경상이익은 지난해보다 1천원당 34원(67원→33원) 낮아졌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9원, 환차손과 유가증권 평가손으로 25원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정정호 경제통계국장은 "우리 제조업체는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많아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이 크게 난다" 며 "기업의 수익성이 환율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므로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제조업체 빚 다시 늘어=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줄곧 줄던 부채비율이 다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자료라 쉽사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수익성이 나빠져 차입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부채(차입금+매입채무)는 지난해 말 2백56조원에서 3월 말 2백63조원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이자를 내는 차입금은 1분기 중 9조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총자본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39.8%에서 41.2%로 높아졌다. 특히 총차입금 중 1년 미만 단기 차입금 비중이 50.4%로 지난해 말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단기 차입금이 장기 차입금보다 많아진 것이다.

◇ 기업 구조조정, 제대로 안됐나=제조업의 이자보상비율(영업손익/금융비용)은 1분기 1백86.8%로 지난해 1분기(1백76.5%)보다 10.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이자보상비율이 1백% 미만인 업체의 비중은 전체의 38.2%에 달했다. 영업손실로 이자를 한푼도 낼 수 없는 0% 미만 업체가 21.1%로 지난해 1분기(14.2%)보다 크게 늘었다.

전체적인 이자보상비율은 올랐지만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도 늘어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건설업도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2.5%에서 0.6%로 1.9%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도.소매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0.9%에서 1.3%로 소폭 상승했다.

◇ 제조업 전체는 더 나빠질 듯=한은이 6개월마다 발표하는 기업경영분석은 전체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번 분기별 경영분석은 7백97개 상장.등록법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덩치가 크고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영세 중소 제조업체를 포함하는 연간 기업경영분석은 이보다 지표가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 정보통신 산업은 선전=정보통신산업은 지난해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됐으나 경영성과는 여전히 제조업 평균을 웃돌았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지난해 12.6%에서 올 1분기에는 8.1%로 떨어졌으나 제조업 평균 3.3%를 넘었다.

부채비율(1백23.8%)은 지난해 말(1백28.9%)보다 낮아졌으며, 매출액증가율은 사무계산기계.영상음향기기의 매출부진으로 0.6%(지난해 동기비) 증가에 그쳐 제조업 평균(4%)을 밑돌았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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