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증시 수급에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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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수급 구조가 바뀌고 있다.

주식 공급 세력이었던 상장기업들이 수요 세력으로 변신하고 연.기금이 주식 매수의 핵심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를 억눌렀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투자기간이 중장기화 되면서 국내기업들의 주식가치 회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 매수세력으로 부상한 상장기업〓올 들어 4월까지 상장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1조9천억원을 투입해 같은 기간 중 상장기업의 유상증자 규모(1조3천억원)를 웃돌았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유상증자 규모를 초과한 것은 1994년 자사주 매입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매년 5천억~8천억원에 그쳤으나 외환 위기 직후인 99년에 1조6천억원대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5조2천억원에 달했다.

증시에서 돈을 끌어가기만 하던 상장기업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이 줄어든데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기피하면서 굳이 유상증자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 97년 3백14%에서 지난해 말 1백34%로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다 지난 98년 4월 상장기업의 자사주 취득 한도가 발행주식수의 33%로 확대돼 자사주 매입 여력이 늘어났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져 경영권 방어나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증권측은 "상장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지난해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돼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 이라며 "투자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내부자금으로 충당하고도 남아 잉여자금으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할 것" 이라고 분석했다.

◇ 연기금의 증시 영향력 확대=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증시의 큰 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국내 4대 연기금의 주식 투자 규모를 8조원에서 2~3년내 25조원으로 확대하고▶연기금 투자풀을 구성하며▶기업 연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연기금을 통한 주식 수요가 연 5조~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이후 올 6월 초까지 연기금은 2조3천5백억원을 간접투자방식으로 투자했고, 앞으로 직.간접 투자를 늘일 계획이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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