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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중국 ‘돈 폭탄’에 … 아프간 불교 유적지 또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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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프가니스탄의 메스 아이나크 고대 유적지에 부분 훼손된 채 전해 내려오는 거대 석불. 금빛 칠을 한 이 불상은 5세기께 이곳을 중심으로 꽃피운 불교 문화가 남긴 200여 개 불상 중 하나다. 이 문화 유산들은 중국 기업이 따낸 아이나크 구리광산 개발에 밀려 전면 파괴될 위기에처했다. [사진 CNN 홈페이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30㎞ 남서쪽에 위치한 메스 아이나크. 한때 중국과 서역을 잇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였고, 최근엔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은신처로도 쓰였다. 지금은 세계 제2위의 구리 매장량으로 유명하다.

 아프간 정부는 2007년 메스 아이나크의 광산 채굴권을 경쟁 입찰에 부쳤다. 전쟁 후 국가재건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캐나다·미국·러시아 등이 달려들었지만 승자는 중국이었다. 중국광물개발공사(MCC)는 경쟁기업보다 10억 달러나 많은 34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써냈다. 아프간 사상 가장 많은 외자 투자액이었다.

 중국은 30년간 1100만t에 이르는 구리를 채굴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아프간 정부는 연간 4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얻게 됐다. 중국은 아이나크 광산에 전력을 제공할 400㎿짜리 발전소 건설과 아프간 철도 건설까지 제공한다. 이 철도는 중국 서부에서 타지키스탄을 경유해 아이나크 광산으로 연결된다. 아프간인들을 위해 학교와 이슬람 사원도 건설하겠다고도 했다.

 문제는 메스 아이나크가 2600여년 된 유적지라는 점이다. 특히 5세기께 꽃핀 불교문화는 200개 이상의 거대 불상과 사원들을 남겨놓았다. 실크로드 시대에 구리를 한반도에까지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있다. 청동기 시대 유물도 묻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2009년부터 메스 아이나크를 본격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세계 여론에 떠밀려 3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이에 따라 프랑스 고고학자들을 중심으로 유물 발굴이 한창이다. 하지만 시한은 올 12월 말까지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 과정을 기록해온 미 다큐멘터리 감독 브렌트 후프만은 22일(현지시간) 미 CNN에 “아프간의 지정학적 가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 중국 기업의 손에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강경 이슬람 국가인 아프간은 불교문화재 보존에 상대적으로 열의가 없다. 2001년엔 바미얀 주의 6세기께 석불들이 탈레반 정권의 로켓탄에 의해 흔적도 없이 파괴되기도 했다.

 MCC는 낙찰 전까지 메스 아이나크에 문화유산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3년이나 유예기간을 줬으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아프간 정부 역시 메스 아이나크를 1조 달러에 이르는 광물자원 개발의 본보기로 삼고 싶어 한다.

 MCC의 구리광산 외에도 중국석유천연가스유한공사(CNPC)는 지난해 말 아프간 업체와 합작해 아무 다르야 바신 유전 개발에 들어갔다. 2014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과 미군 철수가 마무리되면 중국의 아프간 개발은 더욱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돈독해진 양국 관계를 뒷받침하듯 22일엔 중국 지도자로선 46년 만에 저우융캉(周永康)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카불을 방문 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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