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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백제 사람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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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부여 능안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골과 중국 당나라때 그림 ‘왕회도’에 그려진 백제 사신을 토대로 복원한 백제인 남자(왼쪽)·여자의 얼굴. 코가 길고 눈 사이가 좁은 알타이 북방계의 특징을 갖고 있다.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한반도 중서부에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백제인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화재 디지털복원 전문가인 카이스트 박진호 선임연구원(문화기술대학원)과 ‘얼굴전문가’로 불리는 조용진 박사(미술해부학)가 디지털 첨단기술을 이용해 백제인을 대표하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복원해냈다. 디지털 복원으로 되살아난 백제인은 얼굴이 길고, 눈 사이가 좁은 전형적인 북방인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고분벽화 등에 다양한 얼굴이 그려져 있는 고구려인과 달리, 백제인의 얼굴을 알려주는 기록이나 유물은 많지 않다. 이번 복원은 웅진백제시대의 사신이 그려진 중국그림 ‘당염립본왕회도(唐閻立本王會圖·이하 왕회도)’와 80년대 충남 부여 능안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백제 귀족부인의 유골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남성의 경우 현재 대만 국립 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왕회도(폭 238.1cm, 높이 28.1cm)에 그려진 백제 사신의 모습을 토대로 조용진 교수가 두상 모델링을 하고, 첨단 레이저 스캐너로 이를 3차원 스캔해 얼굴의 윤곽을 살려냈다. 여성은 능안골 53호분에서 발견된 6세기 경 백제 귀족부인의 파편화된 두개골을 모아 전체 두상을 복원했다.

 복원된 백제인은 둘 다 얼굴과 코가 길고 치아가 크며, 눈 사이가 좁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백제의 지배층이 북방계 내륙인의 유전형질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자 사신의 경우는 상하로 좁고 좌우로 넓으면서 앞으로 튀어나온 남방계형의 이마를 갖고 있어, 북방계와 남방계가 혼합된 얼굴이다. 조용진 박사는 “여성의 경우 백제 상류층의 전형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데 반해, 남자 사신의 경우는 혼혈형 백제인으로 보인다. 백제의 왕족·귀족들이 토착세력과 혼인을 통해 융화를 도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귀족의 경우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천두술(穿頭術)을 받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도 특징이다. 천두술은 멕시코 마야족을 비롯해 고대 이집트와 유럽 등지에서도 이뤄졌던 수술로, 당시 백제에서도 이 수술이 행해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자 사신의 경우는 겉귀바퀴가 우그러든 특이한 모양의 귀를 갖고 있었는데, 이는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에서 40배 이상 많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한국형 귀’의 모습이다.

 이 얼굴은 26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충남 부여군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 ‘백제인의 얼굴, 백제를 만나다’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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