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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디자인으로 … ‘코리안 스타일’ 세계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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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국제가전전시회(IFA) 삼성전자 전시관. 행사 내내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곳이었다. 한국 기업과 브랜드는 이렇게 전 세계가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으로 발돋움했다. [중앙포토]

지난달 말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는 ‘글로벌 500대 브랜드’를 발표했다. 삼성은 여기서 브랜드가치 382억 달러(약 42조6000억원)로 미국 애플(706억 달러), 구글(475억 달러)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미국 기업을 빼면 가장 순위가 높다. 2007년 브랜드파이낸스가 평가를 시작한 이래 국내 기업이 톱10 안에 든 것은 처음이다. 삼성의 순위는 전년 18위에서 올해 6위로 올랐다. 브랜드파이낸스는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의 유일한 적수이며, 올해 올림픽 후원을 통해 더 주목받는 브랜드가 됐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업자(딜러)들에게 인센티브를 적게 주기로 소문났다. 1대를 팔 때 딜러들에게 주는 성과급이 올 1~8월 평균 994달러였다. 미국 GM(3282달러), 포드(2696달러)나 일본 도요타(1505달러), 혼다(1263달러), 독일 아우디(1430달러)보다 훨씬 적다. 업계 전체 평균(2188 달러)의 절반이 안 된다. 미국 자동차정보사이트인 에드먼즈닷컴이 조사한 결과다. 인센티브를 적게 준다는 건 가져다 팔려는 딜러들이 줄을 서기 때문에 굳이 성과금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현대차가 미국 딜러들 누구나 팔고 싶어하는 인기 차로 떠올랐다는 소리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싸구려 대접을 받았던 한국 브랜드들이 이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당당히 프리미엄 대접을 받고 있다.

기술과 디자인 혁신이 이뤄낸 결과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보르도TV와 블루블랙폰, LG 전자는 초콜릿폰·샤인폰을 내놓으며 글로벌 정보기술(IT)·가전기기 시장의 메이저로 떠올랐다. 난공불락일 것 같았던 휴대전화 제조업체 핀란드 노키아와 미국 모토로라는 이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화제를 뿌렸다. 현대차 전시관에서 신형 i30 모델을 샅샅이 살핀 마틴 빈터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자기네 임원들에게 “우린 왜 이렇게 만들지 못 하느냐”고 호통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그해 말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몽구(74) 현대차그룹 회장을 ‘2011 자동차 업계 아시아 최고의 CEO’로 선정했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정 회장이 품질·기술력·디자인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현대·기아차를 일본과 미국 경쟁사 모두가 두려워하는 강자로 키워냈다”고 평했다.

정부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며 국격을 높였다. 한국은 개발도상국들이 앞다퉈 ‘빠른 성장 비결을 배우고자 하는 나라’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높은 교육열 등 여러 가지를 본받아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최근엔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피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모두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다. 피치는 한국에 일본보다 한 단계 높은 ‘AA-’를 부여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일본보다 낮아졌다. 이는 한국이 부도날 위험이 일본보다 작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소송을 놓고는 일본 언론들이 자조 섞인 보도를 했다. 이른바 ‘세기의 특허전쟁’에서 일본 기업들은 그저 구경꾼 신세라는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9.1%, 애플은 18.8%를 차지하는데 일본은 소니·샤프 등 모든 업체를 합쳐도 6%가 채 안 된다”고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본 메이커의 존재감은 너무나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때 일본의 아류 정도로 치부되던 한국 기업 브랜드는 이제 일본을 변방으로 몰아낼 정도가 됐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는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다. 소니와 노키아의 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상혁 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당치 않은 이유로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우리 스스로 우리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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