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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의 선택, 19세 청각 장애인 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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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병우

박병우(19)는 보청기를 끼고 마운드에 선다. 그래도 뒤에서 하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사회는 그를 ‘청각 장애인’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은 “박병우는 원더스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라고 했다. “우리는 병우를 ‘구제’하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발이 느린 선수도 다른 장점이 있으면 야구 선수로 살 수 있다. 병우는 그저 ‘잘 안 들리는’ 단점 하나를 지닌 선수일 뿐이다. 대신 투구폼이 예쁘다. 가능성을 봤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고양 입단 과정과 향후 생활 모두 다른 선수와 똑같다. 제물포고 3학년 오른손 투수인 박병우는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고, 테스트를 통해 독립구단 고양에 입단했다. 신입 멤버들과 함께 20일 팀 훈련에 합류한 박병우는 22일부터 합숙생활을 시작한다.

 박병우는 첫 생일을 맞기 전에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 정기문(53)씨는 21일 “병우가 10개월쯤 됐을 때다. 쇠젓가락으로 전기콘센트를 건드렸다. 병원에서는 ‘괜찮을 거다’라고 했는데…. 그런데 5살이 됐을 때 ‘청력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부모는 박병우를 일반 학교에 보냈다. 박병우는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서 공부는 일찍 포기했다”며 웃었다. 대신 그는 야구에 마음을 빼앗겼다. 정씨는 “초교 3학년 때인 2002년 ‘삼성 리틀야구단’에 입단하겠다”고 하더라. 중학교 때 병우가 ‘엄마, 나 야구 오래 하고 싶어’라고 했다. 그렇게 즐겁게, 열심히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고양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성장한다. 박병우는 “야구를 할 때는 신이 난다. 혹독한 훈련을 해보고 싶다. 청각 장애인 1호 프로 선수가 되겠다. 아니, 프로에서 오래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더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박병우는 “보청기가 정말 비싼데(양쪽 800만원) 야구를 하다 고장을 냈다. 앞으로 내 돈으로 보청기를 사고 싶다”고 했다. 아들의 표정은 당당했고, 어머니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고양=하남직 기자 jiks79@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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