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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의 시련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로마는 너무 안락한 삶 누리다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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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스라엘 정신이란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왜 강한 것인가. 200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아우만(82·사진) 교수를 만나 물었다. 지난달 26일 그가 56년간 재직 중인 히브리대에서다. 그는 정통 유대교 집안 출신답게 ‘수염 끝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길고 하얀 수염을 기른 제사장 같은 모습이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나치의 핍박을 피해 여덟 살 때 가족이 미국 뉴욕으로 이민했다. 스물다섯 살에 MIT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듬해 히브리대 교수가 됐다.

● 이스라엘 사람들은 밥 먹을 때나, 청소할 때나 입버릇처럼 ‘이스라엘 정신’을 말하더라. 당신이 생각하는 이스라엘 정신이란 뭔가.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 중 하나다. 3000년 동안 세계를 떠돌면서도 우리만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언어를 지키고 문화를 지켰다. 독립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이토록 오랫동안 지켜낸 것은 세계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스스로도 놀랍고 경탄스럽다. 그리고 1948년 작고 작은 땅이지만 이곳에 다시 나라를 세웠다. 그것이 이스라엘이다.”

● 그 이스라엘 정신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내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공부를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이 모든 게 교육을 중시하고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이스라엘 정신의 영향이다.”

 아우만 교수는 ‘게임이론’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도 게임이 반복되면 두 죄수 사이에 협력이 이뤄지는 ‘협조적 게임’으로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군비 경쟁을 벌이면서도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의 이론이 쓰이기도 했다.

● 이스라엘은 계속 이웃 이슬람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핵무장 위험을 거론하며 이란 폭격까지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당신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쳤나.

 “(한참 말을 잇지 못하고 먼 산을 바라보다가 깊게 한숨을 쉬며) 맞다…. 영향을 미쳤을 거다. 도대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 말이다. 게임이론은 기본적으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어떻게 이뤄내는지를 설명한 것이니까. 그렇다. 이스라엘은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아우만 교수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곧 “아마 이 어려움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어려움이 있어야 사람들은 더 성공할 수 있어요. 어렵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게 있다는 말입니다. 로마제국은 너무 번영해 사람들이 지나치게 안락한 삶을 살게 됐기 때문에 무너진 거지요. 어려움을 통해 바로 지금의 당신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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