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사 밴드, 10년째 자선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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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록 그룹 ‘로즈’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식 청소년 돕기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재현·고연정·신정호·조성호 교사).

"데어 리~빙 잇 업 앳 더 호~텔 캘~리~포~니아~(They're livin' it up at the Hotel California)."

13일 오후 7시 인천시 부평구 십정2동 경인전철 동암역 인근 록카페 노래연습실. 30~40대로 이뤄진 혼성 록밴드가 미국 록그룹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열창하고 있다. 힘찬 목소리와 휘몰아치는 드럼, 현란한 기타 소리에서 록의 열기가 한껏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인천 시내 초등학교 교사다. 선생님만으로 이뤄진 이 그룹의 이름은 '로즈(R.O.Z.E)'. 'The Readers of Zero Emotions'의 앞글자에서 딴 것으로 '21세기 정서를 읽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멤버는 신정호(42.기타.인동초), 이재현(33.기타.효성남초), 고연정(34.보컬.옥련초), 조성호(38.드럼.봉수초), 권태신(37.베이스.용현초), 오소영(32.키보드.만수초) 등 여섯 명이다.

이들이 로즈를 결성한 것은 1995년 5월. 학창 시절 록그룹 동아리 '바라'에서 활동했던 경인교대 선후배들이 음악으로 사회에 봉사하자는 뜻에서 뭉쳤다. 그 뒤 이들은 매년 빼놓지 않고 몇 차례씩 그늘진 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어왔다. 이런 음악 봉사 활동이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지난해 12월엔 인천 부평구청 대강당에서 결식 청소년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210여만원을 구청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장애 청소년과 함께하는 행복 콘서트를 개최해 인천 교육계에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록 음악을 중심으로 왁스의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게', 동요 '아기염소', 민요 '정선아리랑' 등 20여 곡에 이른다. 리더 격인 신 교사는 "관객층이 다양해 대중성도 많이 고려해 콘서트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바쁜 교직생활 속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최신곡을 연습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컬인 고 교사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앨범도 한번 제작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성 초기 동료 교사나 학부모들이 '선생님들이 무슨 록음악을 하느냐'며 비아냥거려 숨어서 연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회에 봉사하는 교사 록그룹으로 소문나면서 가족은 물론 일부 학부모와 제자들로 이뤄진 열성 팬까지 있다고 귀띔했다. 자선 공연 외에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금요예술무대나 부평풍물 대축제 등 각종 공연에 수시로 나가서 연주한다. 로즈는 11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불우 청소년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연다. 비용은 멤버들이 갹출해 마련했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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