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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은 가라 동그라미가 대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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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다이슨 ‘날개 없는 선풍기’

다이슨 ‘날개 없는 선풍기’, LG전자 에어컨 ‘매직윈도우 손연재 스페셜’, GE라이팅 스탠드 ‘에디슨 서클’….

 가전 디자인에 ‘동그라미’ 바람이 불고 있다. ‘가전기기는 대부분 네모’라는 디자인의 틀이 깨지고 있는 것. 보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사로잡기 위한 시도다.

 동그라미 디자인은 기술 발전 없이는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기존 제품의 모양을 확 바꾸면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던 것.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다. 산업디자이너인 제임스 다이슨이 2005년 개발을 시작해 2009년 10월 ‘에어 멀티 플라이어’란 이름으로 출시했다. 디자이너라 아예 ‘동그란 모양의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말리는 기구 같은 것을 만든 경험이 있어 바람을 불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둥근 모양으로 만드는 게 문제였다. 다이슨코리아 관계자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수천 번 실험한 끝에 동그란 모양의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제품은 불어내는 바람의 양이 일반 선풍기보다 15배 많다. 날개가 없어 사고 위험이 없는 데다 동그란 모양이어서 청소하기가 편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LG ‘매직윈도우 손연재 스페셜’, 삼성 ‘스마트 에어컨Q’, GE라이팅 ‘에디슨 서클’

 둥근 디자인을 통해 공간 효율을 높인 제품도 있다. 원통형인 삼성전자의 ‘스마트에어컨Q’가 그렇다.

에어컨 위쪽에서만 바람이 나오는 사각 제품과 달리 앞부분이 아래에서 위까지 완전히 열리며 바람이 나오도록 하는 방식으로 냉방 효율을 크게 높였다. 삼성전자 측은 “효율을 높여 전기가 적게 드는 것은 물론 실내 공간까지 적게 차지하는 이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GE라이팅의 원형 모양 스탠드인 ‘에디슨 서클’은 한국에서 기획한 제품이다. 기존 스탠드가 때론 눈부심을 일으킨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모양을 찾았다. 기존 스탠드에 꽂는 전구는 어느 한 부분에 빛이 집중되는 성질이 있었던 것이다.

이 제품을 기획한 GE라이팅의 최준성(34) 마케팅팀 대리는 “간식으로 도넛을 먹다가 문득 전구를 도넛 형태로 만들면 눈부심 없이 넓은 영역을 고루 비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고 전했다. 이 스탠드는 LED 램프를 적용해 전기 소모량을 줄였다.

 LG전자의 ‘매직윈도우 손연재 스페셜’은 제품 가운데 동그란 LED 조명을 삽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제품부터 돋보이는 디자인을 위해 에어컨에 ‘매직윈도우’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나 네모난 창(窓) 모양으로는 기존 제품과 차별점이 크지 않아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했다”며 “세모, 타원 등 각종 디자인 시안 끝에 가장 세련되고 단순화된 모양인 ‘원형’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양·달의 모양인 동그라미에서 빛을 내게 함으로써 ‘자연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에 넣었다.

 동그라미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LG전자의 ‘매직윈도우 손연재 스페셜’의 경우 올 한 해 판매된 LG전자의 에어컨 중 45%를 차지했다. 다이슨 한국지사는 지난해 4월 날개 없는 선풍기를 국내 출시한 덕에 연간 매출이 전년의 3배가 됐다. GE라이팅은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에디슨 서클’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보고 수출하는 방안을 미국 본사와 논의 중이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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