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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젠트증권 정기주총 안팎]

중앙일보

입력

리젠트그룹이 14일 열린 리젠트증권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그룹측의 외국인 이사 5명으로 구성, 경영권을 장악했다.

특히 피터 에브링턴 일은증권 대표이사가 비상근 이사로 선임돼 일은증권과의 합병 등 코리아온라인(KOL) 계열사들의 처리방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젠트증권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넘 이크씨 외에는 비상임이사로 선임했으며 이석환 전 대표이사를 등기이사에서 제외, 집행이사로 임명하는 등 실무와 경영을 분리하는 경영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미국식 선진경영체제 도입은 허울일 뿐이며 증권업계 경험이 없는 외국인들로만 이사회를 꾸린 속내는 결국 보기좋게 포장해서 매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신임 비상근이사는 모두 일은증권의 이사와 겸직하게 돼 일은증권과의 합병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 증권사의 이사회를 장악한 리젠트그룹은 이들을 합병한 뒤 규모를 키워 그럴싸한 포장으로 매각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일은증권의 대주주는 위스콘신연기금이 대주주로 있는 SWKOL이며 리젠트증권의 대주주는 리젠트퍼시픽으로 위스콘신이 리젠트그룹과의 결별할 경우 합병은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은증권과 리젠트증권 직원들은 합병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매각을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리젠트증권 노조는 정기주총에 대해 '증권회사 경영에 대한 경력이 전무한 대표를 내세운 리젠트그룹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한 대비로 제2의 진승현게이트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원안에 이사로 추천된 배창모 증권업협회 고문은 리젠트증권의 전신인 대유증권 사장직을 역임했기 때문에 추락한 회사를 정화화하는데 일조하지 않겠냐는 일부의 기대와 달리 이사직을 거절했다.

배 고문은 또 일은증권의 사외이사직도 오는 27일 주총에서 사임할 예정으로 리젠트그룹과 완전 결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편 리젠트증권은 이날 주총에서 영업수익 1천637억원과 당기순손실 585억원 등 원안을 모두 승인했으나 사명변경은 준비부족으로 다음 임시주총으로 연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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