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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서 금융불안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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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감독원은 18일 "가계가 금리 상승과 주가하락 위험에 노출돼 금융 불안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가계발(發) 금융 불안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상품 비중이 급증해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 수 있고, 주식시장 시황에 따라 원금을 까먹는 투자상품이 은행은 물론 보험사에서도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은행권과 보험사에서 부분적으로 실시 중인 과당 경쟁 실태 파악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신용카드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권 부문별로 과당경쟁이 있는지 실태를 파악한 뒤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과당 경쟁으로 금융권 전체가 위기를 맞아서는 안 된다"며 "몇 년 전 카드대란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감독 당국이 사전에 철저히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301조4000억원 가운데 시중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가 달라지는 변동금리 상품이 84.1%에 달하면서 가계의 금리 변동 위험은 크게 늘어났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가계 부문은 약 2조5000억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 주식투자 비중이 큰 변액보험 매출도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9개월 만에 1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 약정된 보장 외에 높은 수익률을 덤으로 얻을 수 있지만 자칫 원금마저 까먹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 급증한 것이다.

저금리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의 부동자금이 실적상품으로 몰리면서 투신사 수익증권 수탁고도 올 들어 5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불안 요인이 금융권역별로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 경쟁 때문이라고 보고, 은행.증권.보험.신용카드.자산운용 등 전 금융권에 걸쳐 과당 경쟁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이미 '주택담보대출 지도방안'을 통해 타행 대출 상환 때 금리를 할인해 주거나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을 적용할 때 부동산 시세의 평균치를 적용할 것 등을 권고해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한도 감축을 유도했다. 금감원은 무이자 할부 판매와 상품권 제공 등 사은행사와 부가서비스 분야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드업계, 비용도 건지지 못하는 수준으로 수수료를 덤핑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해서도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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