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유사 '대규모 공해 배출권 거래'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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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석유회사가 스스로 공해배출을 억제하는 대신 호주의 조림회사에 나무를 심게 하는 대규모 공해 배출권거래 계약을 맺어 화제다.

일본의 코스모석유(http://www.cosmo.co.jp)는 최근 호주의 조림전문업체 APT에게 6천만엔의 권리금을 주고 APT가 키운 나무들이 흡수한 이산화탄소(CO2)의 양만큼 일본공장에서 CO2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APT는 2001~2012년중 호주에서 약 5천1백㏊의 삼림을 조성할 예정인데 이 숲이 흡수할 CO2의 총량은 12년간 2백80만t이다.

배출권의 값은 권리금 이외에 CO2 1백만t까지는 t당 1천엔, 그 이상은 구입당시의 시장가격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코스모석유가 12년간 2백80만t의 CO2 배출권을 모두 사들일 경우 액수는 30억엔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기업간의 배출권거래로서는 세계 최대규모다. 배출권거래는 지난 1997년 지구온난화방지 교토(京都)협약에서 오는 2008년부터 도입키로 국제적인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이 협약은 조림사업을 통해 지구의 공기를 맑게 한 만큼을 CO2 삭감대책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후 배출을 억제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나무를 키우는데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생겨난 것이다.

또 이 협약에 따르면 일본은 2010년도의 CO2 배출량을 1990년도보다 6% 삭감하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일본 석유업계는 5백만t의 CO2 삭감계획을 수립, 각사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형 설비투자가 필요한 정유소의 경우 이 기간중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일본 국내에서 CO2 배출량을 1t 줄이는데는 1만엔정도나 들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때문에 코스모석유는 처음으로 APT로부터 값싼 배출권을 사들여 값비싼 공해방지투자를 대신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도쿄(東京)전력이 배출권거래에 대비해 호주 동남부의 뉴사우스웨일즈에 4만㏊규모의 삼림을 조성키로 하고 현지 주정부와 함께 사업을 추진중이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시카고 선물시장에 1997년부터 배출권거래가 시작돼 연간거래규모가 3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 미국의 포드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조만간 배출권거래 전문시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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