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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앤 강추!] 장돌뱅이 허생원처럼 메밀꽃밭서 놀아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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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전국 팔도 장터 찾아 떠도는 게 장돌뱅이 인생이다. 한데 그 외롭고 고단한 넋 하나가 강원도 평창군 봉평 땅에 깃들었다. 가산 이효석(1907~1942)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장돌뱅이 허 생원 이야기다. 곰보에 왼손잡이. 반생을 홀로 산 그가 달빛 흐뭇한 밤 한 처녀를 품에 안은, 훗날 아들일지 모를 청년과 흐드러진 메밀꽃밭 사이를 걷던 데가 바로 봉평이다.

봉평은 또 가산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그의 생가 터가 있는 봉평 ‘효석문화마을’에는 지금도 이맘때면 메밀꽃이 숨 막히게 핀다. ‘평창효석문화제’(hyoseok.com)가 열리는 것도 매년 이때쯤이다. 그 14회 행사가 지난 7일 효석문화마을에서 막을 올렸다.

마을은 온통 잔치판이 됐다. 사물놀이며 7080콘서트, 극단과 주민이 함께한 마당놀이 ‘메밀꽃 필 무렵’이 연일 흥을 돋우고 있다. 이효석문화관(033-330-2700)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 『일기』 등 가산의 작품 속 삽화 전시가 한창이다. 홍정천에는 동심 어린 체험 행사가 그득하다. 소년 이효석이 등·하굣길 지나다닌 섶다리 밟기, 봉숭아 물들이기, 나귀 타기 등이 온종일 진행된다. 윷놀이·굴렁쇠놀이·딱지치기·허리씨름·고무신 끌기 등 민속놀이도 수두룩하다.

평창효석문화제에서는 산촌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노동요를 부르며 집터를 다지는 ‘지경 다지기’가 재연된다. 도리깨 털기, 찹쌀떡치기, 통나무 빨리 자르기 등은 직접 해볼 수 있다. 봉평 장꾼이 허기를 달래던 메밀국수·부치기(부침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고개 넘어 평창무이예술관(033-335-6700)도 들러볼 만하다. 메밀꽃 압화 만들기, 『메밀꽃 필 무렵』 삽화 판화 찍기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문화제는 오는 16일 끝나지만 소금처럼 흩뿌려진 메밀꽃은 이달 말까지 볼 수 있다. 033-335-2323.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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