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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들여 한국관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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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에서 가장 큰 한국 미술품 전시관이 텍사스주 휴스턴 미술관(MFAH) 안에 설치된다. 휴스턴 미술관은 16일(현지시간) 현지 동포 등 후원자들을 초청해 "내년 3월 미술관 재배치 공사를 시작하면서 1층 한가운데에 2870평방피트(약 80평) 규모의 한국관을 신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1층의 전체 규모는 약 1만평방피트(약 280평)로 한국관은 이 중 2870평방피트 규모로 마련된다. 1층에는 이 밖에 중국관.일본관.동남아시아관.특별전시실 등이 있다. 한국관은 1층 입구에 들어서면 정중앙에 있다. 미국 4대 도시 중 하나인 휴스턴의 이 미술관은 1924년 개관 후 미국 남부 예술의 요람이 돼왔다. 2007년 1월 문을 열 한국관은 휴스턴 미술관 내에 있는 중국관과 일본관을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현재 미국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시카고 미술관 등에 한국관이 있다. 그러나 같은 미술관 내에 있는 일본관이나 중국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왜소하다. 휴스턴 미술관에 마련될 한국관은 전시장 면적이나 전시품 숫자 등으로 봤을 때 미국 내 최대 규모다.

예산은 300만 달러(약 30억원)다. 이 중 150만 달러(약 15억원)는 휴스턴 미술관이 조달한다. 나머지는 한국 기업과 동포들의 후원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피터 마지오(62)관장은 "예산의 절반은 한국관 공사 비용으로, 나머지 절반은 미술품 구입비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구입 작품은 대부분 현대 미술품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국시대 등 고미술품은 한국 미술관들로부터 임대를 받아 전시할 예정이다.

민동석 주 휴스턴 총영사는 "우리 민족과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술관 정원에는 한국적 정취를 담은 조각 및 조형물을 전시할 예정이다. 마지오 관장은 "한국관 설치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 한국 예술의 우수성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알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23년째 휴스턴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마지오 관장이 이 같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3월 한국 방문이다. 그는 "국립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둘러보고 서세옥 화백 등 미술 관계자들도 만났다. 한국 미술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됐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한국 미술의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어느 미술관을 가도 일본과 중국 미술품은 많지만 한국 것은 별로 없다"며 "앞으로 뛰어난 미술품을 계속 발굴해 살아 움직이는 한국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휴스턴=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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