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새로운 테마주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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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들의 움직임이 무뎌 증시가 잠잠한 가운데 민영화되는 공기업 주식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두산에 넘어가면서 민영화된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의 주가가 지난 한 달동안 80%나 오르면서 민영화를 앞둔 공기업 주식 붐에 불을 지폈다.

지난 5월2일부터 한 달동안 담배인삼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18%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은 8.1%에 그쳤다.

공기업주들의 강세는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의 기대감이 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데다 대부분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어 경기방어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최원곤 선임연구원은 "정보기술(IT)주들의 전망이 어두워 투자자들이 굴뚝주로 옮겨 타는 과정에서 민영화라는 큰 테마에 관심이 쏠린 때문" 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의 척도인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빚(16조원 규모)에 대해 산업은행이 지급보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민영화 일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달 말 가스산업 개편안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오리고 있다. 또 네덜란드 쉘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K증권 양기인 연구원은 "쉘사와의 전략적제휴는 지분 15%를 신규로 발행해 쉘사에 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면서 "이는 가스공사의 경영 투명성과 해외 신용도를 높히고 싼값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담배인삼공사도 다음달 담배제조 독점권이 폐지되지만 오히려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은증권 정의철 연구원은 "그동안 담배인삼공사는 불필요한 규제로 외국산 담배와 역차별을 받아 경쟁력을 방해했다" 고 말했다.

독점권 폐지로 담배 가격이 자율화되면 외국산 담배에 대한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민영화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한국통신의 주가는 약세를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원곤 선임연구원은 "최근 급등으로 공기업주들이 올 들어 소외됐던 부분을 거의 만회했다" 며 "계속 급등세를 이어가기는 부담스럽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는 데다 아직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있어 점진적인 상승은 가능할 것" 이

라고 전망했다.

김동선 기자 kde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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