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민노총 '총파업 강도' 촉각

중앙일보

입력

6월 첫주말도 화창한 날씨였다. 나들이엔 좋았겠지만, 유례없는 가뭄에 허덕이는 농촌에는 원망스러운 주말이었을 터이다.

농민들이 하늘만 쳐다보듯 한국 경제도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만 바라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주에도 해외에서 시원한 '비소식' 을 기대하긴 어려울 모양이다. 미국 경기는 여전히 혼조세여서 금리인하같은 희소식은 이달말까지 기다려야할 전망이다.

유럽은 경기나 유로화 가치가 함께 악화되고 있다. 상태가 많이 나빠진 만큼 오는 7일 유럽 중앙은행 정책회의가 금리에 손 댈 가능성을 지켜봐야할 것이다. 일본의 경제상황은 신임 고이즈미 수상의 지지도와는 딴판으로 악화일로다.

언제나 우리경제의 복병인 유가는 슬금슬금 배럴당 28달러(부다이유 기준) 까지 올랐다. 이번 주초 비엔나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의가 증산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작아 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해외 여건이 이처럼 맥을 못추다보니 한국의 지난달 수출입이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무역흑자를 20억달러이상 냈다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덕분이라는 점이 신경이 쓰인다.

환란 직후 우리 경제가 이런 모양이었다. 개인은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기피해 수입을 줄이다보니 대규모 흑자가 났다. 그런 무역흑자의 대가는 성장 잠재력 위축과 대량실업이었다.

최근의 수입감소도 기업들의 투자부진 때문이다. 정부나 관변 연구기관들이 하반기 경기회복 가능성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거의 '복지부동'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주 재계의 건의를 상당폭 수용한 규제완화책을 내놓으며 기업들을 달랬다. 그러나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전경련은 이번주부터 정부의 집단소송제 도입 방침에 반대하는 기업인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재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노조와의 대결은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주중에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하며 6월 총파업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맞서 경제단체장들은 주초부터 간담회 등을 통해 노사안정을 호소할 예정이나 정부의 개입만 바라는 양상이다.

정부.여당이 지지도와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개되고 있는 이같은 상황들은 경제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주부터 제3국에서 본격화될 대우자동차 인수 협상을 비롯, 업종별 구조조정.외국인의 직간접 투자 등이 노사관계 진전상황과 연결될 것이다.

이밖에 LG텔레컴의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동기식 사업자 컴소시엄 구성 작업과 오는 7, 8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상공회의소 총회 등이 이번주 지켜봐야할 내용들이다. 7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시원한 '비소식' 은 찾기 어렵다.

손병수 산업부 부장sohn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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