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이 차에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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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거리에서 “이 차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 “이 차량은 임신부가 타고 있어요”라는 안내문을 붙인 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응용해 “이 차는 계란이 타고 있어요” “이 차량은 버섯이 타고 있어요” 등의 재미있는 문구를 붙인 화물차들의 사진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이들 문구는 언뜻 자연스러운 것 같아 보이지만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다. 앞말이 처소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조사 ‘에’가 빠져 있다. “이 차에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 “이 차량에는 임신부가 타고 있어요”로 바꾸어야 바르다.

 “아기가 이 차에 타고 있어요”라는 문장에서 그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부사어 ‘차에’에 보조사 ‘는’을 붙이고 그것을 맨 앞으로 옮기면 “이 차에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와 같은 문구가 되는 것이다. 이때 격조사 ‘에’를 감춰 버리면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자칫 ‘차’가 주어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 ‘에’를 그대로 살려 둬야 한다. “이 차량에는 임신부가 타고 있어요”도 마찬가지다. 격조사 ‘에’를 생략하고 “이 차량은”으로 표현하면 어색한 문장이 되고 만다.

 “올해 추석은 경기 불황의 여파로 알뜰 선물세트를 준비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의 경우는 어떨까? 명절을 앞둔 요즘, 이런 경제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지만 제대로 된 문장이 아니다.

 서술어 ‘늘었다’에 대한 주어는 ‘소비자’이지만 “올해 추석은”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마치 ‘추석’이 주어인 모양새가 됐다. 의미상으로 볼 때 ‘추석’은 주어가 아니라 부사어다. “올해 추석에 경기 불황의 여파로 알뜰 선물세트를 준비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와 같이 ‘추석’ 뒤에 앞말이 시간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조사 ‘에’를 넣어야 바른 문장이 된다. 여기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보조사 ‘는’을 붙이면 “올해 추석에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알뜰 선물세트를 준비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가 되는 것이다.

 “이번 추석 귀향길은 고향의 부족한 일손을 돕자”도 같은 예다. 격조사 ‘에’가 빠져 있다. ‘귀향길은’이 아니라 ‘귀향길에’로 바루어야 한다. 여기에 보조사 ‘는’을 붙이면 의미가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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