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애인은 내 가족, 우리 이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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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의 한 아파트가 최근 장애인 복지관 건립을 반대하며 내건 입주자 대표 명의의 공고문이 많은 사람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애인시설 설치 시 집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구청 앞에서 시위하는 장애인 단체를 보면서 절대로 그런 시설은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장애인 복지관은 집값을 떨어뜨리는 혐오시설이며, 장애인은 보통사람들과 섞여 살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차별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노골적인 장애인 차별이자 심각한 수준의 인격 모독 행위다.

 이 아파트가 있는 구청 관내엔 단 한 곳의 장애인 복지관도 없다. 복지관이 없는 구청은 이곳이 서울시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역에 사는 장애인 1300여 명은 한 시간 정도 셔틀버스를 타고 인근 구청의 시설로 이동해야 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재정적 여력도 안 됐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건립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장애라는 불편을 참는 것보다 건립 반대를 외치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가 더욱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등록 장애인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51만9000여 명이며, 그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로 불구가 되는 사람들이다. 이로 보면 지금은 ‘비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이웃의 따뜻한 손을 바라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만일 그 아파트 주민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장애인이 있었다면 장애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런 공고문은 나붙지 않았을 것이다.

 선진국에 가보면 길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보이고, 이들의 통행에 불편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보면 사회의 품격(品格)은 집값이 아니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프라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평양이 수치스러운 건 이런 이유에서다. 구청 측은 아파트 주민들을 잘 설득해 장애인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복지시설을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장애인 시설은 서로 돕고, 어우러져 사는 공생 사회로 가기 위한 기본적인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