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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刑法 형법

중앙일보

입력

“정령(政令)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법망을 빠져나가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나,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규제하면 수치감도 생기고 잘못을 바로잡게 된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논어(論語) 위정편)

“최상의 덕은 덕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이로 인해 덕이 있는 것이며, 저급한 덕은 덕을 잃지 않은 것 같아도 이 때문에 덕이 없는 결과가 된다(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법령이 많아질수록 도적은 오히려 많아진다(法令滋彰 盜賊多有).”(노자(老子) 38, 57장)

혹독하고 무자비하게 법을 집행한 관리들의 이야기를 모은 사기(史記) ‘혹리열전(酷吏列傳)’의 첫머리다. 사마천(司馬遷)은 엄격한 법 집행과 치안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진(秦)나라의 법은 가혹했다. 한(漢)나라의 법은 관대했다. 배를 삼킬 만큼 큰 고기도 빠져나갈 정도로 법망이 허술해졌다. 하지만 관리들은 치적을 쌓았고 백성은 평안했다. 사마천은 자신이 무고하게 궁형(宮刑)을 당했기에 엄벌 대신 교화를 강조했다.

중국은 예부터 법 집행이 엄격했다. 혹리보다 혹형(酷刑)이 먼저 발달했다. 형법(刑法)이란 한자에 그 유래가 녹아있다. 형(刑)은 죄인 목에 씌우던 형틀[井]에 칼[刀]을 합친 글자다. 목에 칼[枷]을 씌워 죄인의 자유를 빼앗는 형벌이다. 한자 법(法)은 팔다리를 벌린 사람[大=人]과 뚜껑이 열린 제물 담는 그릇을 흐르는 물에 버리는 모습이다. 고대 중국에서의 재판은 증거보다 신의 판단을 따랐다. 양(羊)을 이용한 신판(神判)을 정통으로 여겼다.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던 전설의 동물 해치를 더한 법이 법(法)의 본디 글자였다. 당시 재판에 진 자는 글자처럼 흐르는 물에 던져 죽였다. 반대로 승자는 해치의 가슴에 마음 심(心)자를 새겨 기쁨을 표현했다. 해치에 마음[心]을 더한 글자가 경사 경(慶)이 된 이유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성범죄만큼은 판사들보다 8개월 이상 높은 양형을 내렸다. 국민 법감정은 성폭행범에게 준엄하다. 아동을 상대로 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성범죄자는 사회와 격리시키는 게 옳다. 사마천의 교화론도 짐승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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