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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기대에는 못미치는 1위!

중앙일보

입력

디즈니가 제작비로 1억 3,500만불을 투자한 초대작 〈진주만(Pearl Harbor)〉이 베일을 벗고 흥행몰이에 나선 첫 주말, 무난히 1위를 차지하였으나 흥행수입은 기대치에 못미쳤다.

5월 25일부터 월요일인 28일까지 4일간 이어진 미국 전몰장병기념일(메모리얼 데이) 연휴 동안 〈진주만〉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7,518만불이었는데, 이는 일찍이 흥행분석가들이 전망했던 수치인 1억불 내지 9천만불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입이다. 이에 디즈니의 한 라이벌 스튜디오 대표는 "목표치가 너무 높았다. 일찌감치 결코 그 수치를 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었다."고 비아냥대기도 하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분석가들은 기대치가 너무 컸던 것일 뿐이지 실제로 97년 전몰장병기념일 연휴 4일동안 〈쥬라기 공원 2〉가 벌어들였던 9,010만불에 이어 역대 북미흥행사상 두 번째로 높은 4일 연휴 수입인 〈진주만〉의 흥행성적은 충분히 우수한 결과라고 평했다. (세번째로 높은 연휴 수입은 작년의 같은 연휴 기간동안 〈미션 임파서블 2〉가 벌어들인 7,082만불이다) 역대 2위답게 〈진주만〉의 흥행수입은 속편이 아닌 영화중에 1위이고, 디즈니 영화 중에 가장 높은 수입(종전은 〈토이 스토리2〉)인 것은 물론이다. 한편, 〈진주만〉이 월요일을 제외한 주말 3일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5,913만불로서 이는 역대 주말 3일간의 흥행수입중 〈쥬라기 공원 2〉(7,213만불), 〈미이라 2〉(6,814만불), 〈스타워즈 에피소드 1〉(6,481만불)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야심작 〈슈렉(Shrek)〉은 〈진주만〉의 개봉으로 한 계단 내려온 2위에 랭크되었으나 연휴 4일동안 5,522만불을 벌어들이는 흥행행진을 이어갔다. 〈슈렉〉이 개봉 11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1,175만불로서, 종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치킨런〉의 1억 7백만불을 단숨에 넘어서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일찍이 올여름 흥행전쟁의 개막을 선포했던 〈미이라 2(The Mummy Returns)〉는 1,904만불의 수입을 올려 3위를 차지하였다. 개봉 24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7,069만불로서 전작의 북미 총수입인 1억 5,527만불을 거뜬히 넘어서 전편의 흥행을 뛰어넘은 몇 안되는 속편의 대열에 올라섰다.

이어서, 중세를 배경으로한 록큰롤풍 모험물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이 911만불의 수입으로 4위를 차지하였고, 연예계의 팔방미인 제니퍼 로페즈가 여경찰로 출연, 신비의 사나이 짐 카비젤과 로맨스를 펼치는 〈엔젤 아이즈(Angel Eyes)〉가 621만불의 수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르네 젤위거 주연의 여성 드라마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와 모건 프리맨 주연의 시리즈 스릴러물 〈스파이더 게임(Along Came A Spider)〉이 각각 419만불과 211만불의 수입으로 6위와 7위를 차지하였다.

이번 연휴 4일동안 흥행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진주만〉과 〈슈렉〉의 폭발적 흥행력에 힘입어 1억 7,776만불에 달했는데, 이는 〈미션 임파서블 2〉와 〈다이너소어〉가 각각 7,082만불과 3,204만불의 수입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작년의 전몰장병기념일 연휴 기간과 비교할 때는 3.2% 증가한 성적이다. 또, 이번 연휴 동안의 북미 영화계가 벌어들인 총수입 1억 8,600만불은 종전 기록이었던 작년 같은 기간의 1억 8,460만불을 앞지른 역대 최고의 성적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 〈아마겟돈〉과 〈더 록〉을 히트시켰던 제리 블록하이머(제작자)-마이클 베이(감독) 콤비에 〈브레이브 하트〉의 각본가 랜달 월레스가 가세해 내놓은 메가톤급 전쟁 서사시 〈진주만(Pearl Harbor)〉은 1941년 12월 7일 있었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이듬해인 1942년 4월 18일 있었던 일명 '두리틀 공습'(영화에서 알렉 볼드윈이 연기한 제임스 두리틀 소령이 지휘한 미공군이 도쿄 등 일본 주요도시를 폭격한 사건)을 스펙터클하게 재현하였을 뿐 아니라 청춘스타 벤 애플릭, 조쉬 하트넷 및 케이트 베킨세일을 주연으로 한 세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배치해 일찍이 〈타이타닉〉에 비견할만한 작품으로 손꼽혔던 작품이다.

영화는 7천만불의 막대한 흥보비로 개봉전부터 매스컴과 미국극장가를 〈진주만〉 열풍으로 물들게 하였는데, 일본계 미국인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에 의한 반대시위와 미국 핵 항공모함 USS 존 스테니스 호의 갑판에서 열렸던 500만불짜리 시사회 등 갖은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했었다. 심지어 〈진주만〉 열풍은 군인 캐릭터인 'G.I. 조'의 스페셜 인형을 히트시키기도.

이같은 화제성에 비추어 볼 때 〈진주만〉이 〈쥬라기 공원 2〉가 보유한 역대 1위의 연휴주말 개봉기록을 깨지 못한 것은 제작자인 브룩하이머에게 실망스러운 일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브룩하이머 자신은 오히려 지금의 개봉성적에 흥분할 정도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그는 〈진주만〉의 런닝 타임이 3시간 3분임에 주목하며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든 우리에게는 정말 대단한 성공이다. 세 시간이 넘는 영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흥행수입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쥬라기 공원2〉의 상영시간은 2시간 9분이었다) 종전에 세 시간 이상의 상영시간을 가진 영화들을 보라. 〈타이타닉〉의 경우 개봉주말 3일간 수입이 2,864만불에 불과했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또한 3일간 3,058만불로 마찬가지였다."고 스스로 우수 판정을 내렸다.

디즈니의 배급대표 척 비앵은 출구조사 결과 〈진주만〉의 총관객중 53%가 남성관객이었으며, 18세에서 34세 사이의 관객이 절반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테네시 주에서 보낸 어린시절부터 전투기 파일럿이 되는 꿈을 나누며 함께 자란 레이프(벤 에플렉)와 대니(조쉬 하트넷)는 불안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각각 비행사의 길을 걷는다. 이중 이상주의자인 레이프는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 군으로 구성된 영국 공군 전투 비행대에 지원하고 대니는 미 공군 비행대 소속으로 '낙원기지'라 불리는 하와이 진주만으로 배치된다. 레이프는 독일군과의 격전이 벌어지는 최전선으로 떠나가기전 간호장교인 에블린(케이트 베킨세일)과 잠깐동안 사랑에 빠지는데, 대니와 같이 진주만 기지에 배치된 에블린이 듣게 된 소식은 레이프가 전투중 추락사했다는 비보였다. 에블린과 대니는 슬픈 소식에 직면해 서로를 의지하는 가운데 사랑의 감정에 휩싸인다. 이제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한 역사적 비극의 날인 1941년 12월 7일은 밝아오고, 이들 세 사람(물론 레이프는 살아있었다)은 역사적 사건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평론가들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이 화제작에 대하여 일제히 '대공습'을 펼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평범한 액션영화."라고 단정지으며 "〈진주만〉은 관객들에게 주제를 제시할 뿐 영감을 안겨주진 못한다."고 공격했고, 빌리지 보이스의 짐 호버만은 "공허한 (애국심) 홍보영화."라고 일축하였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죠 모겐스턴은 자신의 리뷰 첫머리에서 "멍청하고 텅빈 산업 기획물."이라고 영화를 칭한 후, 끝머리에서는 "영혼이 없는 영화."로 못박았고,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40분간의 진주만 공습 장면은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모두를 보여주는 장관이다. 하지만 이도 기운없고, 진부하며, 충분히 예측가능한 로맨틱 드라마가 한 시간동안 괴롭히고 난 다음의 일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 뉴스위크의 데이비드 얀센은 〈진주만〉을 "화려한 마케팅 전략을 쓰는 현대 블록브스터의 전형"으로 칭하며, "휴먼 드라마의 사실감이 떨어진들 무슨 대수이겠는가."고 평했고, 워싱턴 포스트의 디슨 호우는 심지어 "누군가는 아마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Bore-a, Bore-a, Bore-a, 진주만 공습을 그린 고전 〈도라 도라 도라〉의 발음을 빗댄 용어)'라고 이 영화를 불러야 할 것."이라고 놀리는 등 〈진주만〉은 최악의 반응을 감수해야만 했다. 메이저 언론중 유일하게 이 영화에 호감을 나타낸 언론은 LA 타임즈였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동신문의 주평론가인 케네스 튜란이 아니라 주로 독립영화나 해외영화의 평만 써 오던 베테랑 영화 기자 케빈 토마스에 의해 평이 실렸다. 그는 〈진주만〉에 대하여 "역사적 사건의 뛰어난 재현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러브 스토리도 제공하고 있다."면서, "활기찬 진행속도로 세시간짜리 영화가 마치 그 절반의 상영시간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고 의외의 호평을 전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주연의 지적 스릴러물 〈메멘토(Memento)〉가 197만불의 수입으로 개봉후 가장 높은 순위인 8위에 랭크되었고,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스파이 키드(Spy Kids)〉가 130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차지하였으며, 쟈니 뎁 주연의 마약 드라마 〈블로우(Blow)〉가 124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다음 주말에는,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진주만〉의 개봉 파급효과를 피하기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대작들의 개봉을 자제하는 가운데 현재 LA와 뉴욕의 단 두 개 극장에서만 상영되고 있는 〈물랑루즈〉가 북미 전역으로 확대개봉에 나서고, 그만그만한 코미디물인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다(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과 〈애니멀(The Animal)〉이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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