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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황금알’ 셰일가스 수입 비중 20%로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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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주의 ‘이글 포드’ 광구를 찾았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황금알로 떠오른 ‘셰일가스’ 채취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조 차관은 “이글 포드엔 80여 개 회사가 채취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며 “50m 높이의 시추탑들은 굉음과 함께 쉴 새 없이 땅을 뚫고 가스를 뽑아 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며 “기존 가스보다 30% 싼 셰일가스는 에너지 자원 빈국 한국에 의미 있는 자원”이라고 말했다. 각국에 묻혀 있는 셰일가스 매장량은 1500억t, 세계인이 60년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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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경부는 6일 셰일가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하고 ‘종합 대응전략’을 발표했다. <본지 6월 13일자 1, 5면> 수입하고, 개발하고, 자원 확보까지 망라한 대책이다.

 먼저 수입. 미국·캐나다산 셰일가스를 2017년부터 들여온다. 2020년까진 셰일가스가 전체 가스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로(연 800만t) 늘릴 참이다. 셰일가스의 미국 내 가격은 1MMBtu(약 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2달러대. 액화(가스를 얼림)·수송 비용 등을 포함해도 수입 비용이 11달러 정도면 된다. 15달러에 들여오는 천연가스에 비해 많이 싸다. 이용환 지경부 가스산업과장은 “셰일가스 도입을 늘리면 중동·동남아에서 사오던 천연가스 수입 가격을 낮추는 ‘압박카드’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협상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최근 신기술 등장으로 셰일가스 공급이 크게 늘면서 가격도 많이 떨어지는 추세다. 수입을 본격화할 시점엔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98년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에서 1.9%였던 셰일가스 비중이 25%로 늘었다”며 “2035년엔 49%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수입 확대와 함께 ‘한국형 셰일가스 개발 모델’도 구축한다. 한국석유공사·가스공사·민간기업이 공조해 해외 가스전을 개발하고, 채취한 가스의 액화시설을 건설한 뒤 국내 업체가 건조한 선박으로 수송까지 한다는 3단계 모델이다. 이를 위한 자금 지원도 크게 늘린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2조800억원인 자원개발용 대출을 2020년 2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셰일가스가 바꾸는 것은 에너지 분야 판도뿐 아니다. 철강업에선 채굴 장비와 수송용 파이프라인에 쓰일 특수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민간과 함께 첨단 강재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가스 자동차 확산에 대비해 핵심 부품 개발 등을 추진한다. 세계적으로 가스 수출입이 늘면서 수송 선박의 수주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셰일가스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채산성 때문에 생산량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공급 확대를 예상해 마련한 정부 대책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미국에선 셰일가스 채취 시 투입하는 화학물질이 물·토양 등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주 정부가 성분 공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셰일가스(Shale gas) 지하 2000~4000m의 ‘암석층’에 묻혀 있다. 천연가스와 성분·용도는 비슷하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수직으로 시추관을 넣은 뒤 다시 수평으로 1㎞ 이상 삽입한 다음(수평시추법) 물과 모래·화학물질을 고압 분사해 암석을 파괴한 뒤 그 틈으로 가스를 뽑아내는(수압파쇄법) 기술이 등장해 생산량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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