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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 어린이 경제교육법

중앙일보

입력

최선규 소장은 “초등시절 경제교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용돈관리와 폐품수집, 생활 속 경제 콘텐츠 찾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교육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방법을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기관 초등경제연구소 최선규 소장은 “생활 속에서 경제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초등 경제교육의 핵심”이라며 설명했다.

‘초등 경제교육이 왜 필요한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최 소장은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이 왜 필요할까?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어·영어·수학·과학 같은 시험을 위한 공부는 중요하게 여기면서 생활에서 가장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학문인 경제는 등한시 하는 것을 답답하게 생각했다.

“경제학의 정의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자원이라고 하면 흔히 돈만 생각하는데 자원은 건강·시간·재능처럼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내는 가’나 ‘건강관리를 위해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도 경제의 하나라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모든 세상의 원리가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제대로 된 경제교육만으로도 생활의 전 분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최 소장은 “초·중생의 경제 활동은 용돈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용돈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한 달 동안 운용 하는가 부터가 경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용돈관리와 함께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제 용어를 익히는 것도 방법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A가 저금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A는 당장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을 모아두었다가 자신이 원하는 필통을 샀다. 저금은 자원을 아껴두었다가 원하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B의 엄마가 TV를 샀다. B의 엄마는 12개월 카드할부로 TV를 구입했다. 이것은 자원을 미리 당겨서 쓰는 것이다. 이때 12개월 동안자원이 꾸준히 소비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다른 물품을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경제관련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경제교육이 된다.

최 소장은 “경제 도서를 추천해 달라는 분들이 많다”며 “기존에 있는 책 속에서 경제 콘텐츠를 직접 찾아보는 것이 경제 관련 도서를 읽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인어공주를 읽으면서도 기회비용을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하는 선택 대안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나에게 가장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선택 대안의 비용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이 정의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인어공주를 통해 설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어공주는 두 다리를 갖기 위해 목소리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다리의 중요성과 목소리를 잃었을 때 생기는 불편함, 선택 후 책임처럼 도덕적인 문제까지 두루 토론의 주제로 이끌어 갈 수 있어 경제교육은 단순히 ‘돈’이라는 부분을 뛰어넘다.

최 소장은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이와 함께 가계부를 작성하고 오늘의 지출을 바탕으로 내일의 지출을 계획해보는 모습은 아이로 하여금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기회가 된다”고 전했다.

집에서 해보는 3단계 경제교육

1. 책 속 경제 콘텐츠를 찾아라

아기 돼지삼형제를 읽는다면,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집을 빨리 짓고 노는 반면, 셋째 돼지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천천히 집을 지었다. 셋째 돼지는 노는 시간을 줄이는 댓가를 지불하고 튼튼한 집을 얻은 것이고 첫째 돼지와 둘째 돼지는 빨리 짓는 대신 노는 시간을 얻었다. 이때 세 마리 돼지들의 기회비용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어떤 책이건 경제와 관련되지 않은 책은 없다. 꼭 돈으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니더라도 지불과 대가를 통해 물건의 소중함이나 계획적인 삶을 고민하는 것도 경제 흐름의 하나가 될 수 있다.

2. 매일 저녁 8시는 우리집 가계부 적는 시간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매일 같은 시간을 집에서 해보는 단계 경제교육 정해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식탁에 앉자. 엄마는 가계부를 적고 아이는 용돈기입장을 쓰면서 하루의 일과도 이야기 하고 현명한 소비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왜 아껴써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과소비가 되었는지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3. 폐품수집으로 작은 것의 소중함을 배워

과거에는 초등학교에서 폐품수집을 장려했었다. 신문 몇g에 얼마, 공병 몇 개에 얼마, 공병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비싼 공병을 찾기도 했다. 버린 것이 돈이 되는 폐품수집은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데 도움이 된다. 일주일 혹은 한달에 한 번씩 가정에서 폐품을 직접 수집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은 어떨까.

<글=김소엽 기자 lumen@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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