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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에 평양음대 입학' 천재 음악가 탈북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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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LA에서 열린 민주평통 ‘생생토크 통일콘서트’에서 남성욱 평통 사무처장(오른쪽 둘째)이 사회를 보고 있다. [LA중앙일보 백종춘 기자]

“남북통일은 한마디로 ‘강남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에너지를 세계에 알릴 계기가 되기 때문이죠.”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미 LA 더블트리호텔 컨벤션센터. 700여 명의 교민이 모인 ‘생생토크 통일콘서트’에서는 통일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과 통일미래를 빗댄 설명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다. 통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나에게 통일이란’ 코너에는 “끓이기 힘들지만 한민족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인 팥죽과 같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북한 실상을 전하는 탈북주민의 스피치에선 천재 피아니스트 김철웅 교수(백제예술대)가 “8살에 평양음대에 입학했다”고 소개하자 청중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음대에 입학할 수 있나” “북한에서도 피아노 레슨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 교수는 “북한에도 일부 특권층은 예술 영재교육을 받고, 대학이 가능성 있는 어린 학생을 특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짝사랑하던 여인에게 들려주려 프랑스 팝피아니스트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연습하다 보위부에 적발돼 결국 탈북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말에 “자유가 없다지만 그 정도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일성대 출신인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평양에는 없는 김일성대 동문회가 서울에는 있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파벌 조성을 우려해 동문회를 금하는 북한과 달리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을 회장으로 20명의 회원이 모인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진정한 개혁·개방으로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이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려면 진정성 있는 정책보다 이미지 정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관한 ‘통일콘서트’ 미주 4개 지역 행사는 재미와 소통이 함께하는 통일 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절 연휴에도 불구하고 LA 행사는 만원을 이뤘다. 앞서 지난달 뉴욕(24일)→애틀랜타(26일)→댈러스(28일) 행사에도 각각 500여 명이 참석했다. 4시간을 달려와 댈러스 행사를 지켜본 박석범 휴스턴 총영사는 “통일 논의는 지루하다는 교민들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통일콘서트는 대학생·청년층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남성욱 민주평통 사무처장 주도로 5월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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