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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불황 무풍지대’ 면세점 진출 … 롯데·신라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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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세계백화점이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했다.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사업이다. 사진은 5일 인천공항 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경기침체 속에서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리던 면세점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유통강자 신세계가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조선호텔은 5일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 지분 81%를 931억5000만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번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로 이 면세점이 부산시 및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백화점과 할인점이 포화상태에 달한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성장 시장 중 하나인 면세점 시장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다.

 파라다이스면세점은 관광특구인 부산시 해운대의 파라다이스호텔 안에 있으며 지난해 약 1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장 면적은 6921㎡(약 2093평)로, 부산지역 면세점 가운데 가장 크다. 현재 크리스찬 디올, 구찌, 까르띠에, 오메가 같은 해외 명품들과 설화수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신세계그룹 박찬영 상무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어 백화점(신세계 센텀시티)·프리미엄 아웃렛(2013년 개점 예정인 부산 프리미엄 아웃렛)과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직원을 100% 고용승계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최근 한류 열풍으로 위상이 높아진 국산 브랜드의 비중(현재 파라다이스면세점은 6.8% 정도)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살려 국내 상품을 확대해 중국·일본 관광객의 입맛을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명품 위주이던 롯데·신라면세점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화장품·소형가전·패션 등에서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국내 제품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약 5조2950억원 규모로 롯데호텔이 2조7000억원(51%), 호텔신라가 1조5000억원(28.3%)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롯데·신라·애경(AK면세점)의 3강 구도였던 면세점 시장은 롯데가 2009년 말 AK면세점을 인수하며 2강 구도로 굳어졌다.

 올 상반기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면세점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성장했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롯데는 서울 소공동 본점 면세점을 한 개 층 확장하고, 신라는 기존의 면세점 건물의 증축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 왔다.

 업계에서는 일단 면세점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세계가 서울에 진출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당장 관심사는 인천공항여객터미널 안의 한국관광공사 면세점 사업권이다. 관광공사의 사업권이 내년 2월 만료됨에 따라 인천공항은 이달 말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관광공사의 면세점은 2531.1㎡로 전체 면세점 매장 면적 중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 정식 입찰 공고가 나지 않아 참여자격 조건을 알 수는 없다”면서도 “통상적인 관례에 따르면 참여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그동안 여러 차례 면세점 사업 진출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허가 사업이라 여러 경로로 사업 진출이 여의치 않자 이번에 부산지역 업체 인수라는 방법을 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두 축으로 이뤄진 유통채널을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면세점 사업 진출을 모색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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