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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조언기금 1호 가입자 이상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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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71년 경북 김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단돈 500원을 들고 서울로 향했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해야 했던 15세 소년은 눈물을 훔치며 결심했다. ‘언젠가는 나처럼 돈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희망이 되겠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소년의 꿈은 37년이 지난 2008년 사재 111억원을 털어 상록수장학재단을 세우면서 이뤄졌다. 4년간 형편이 어려운 학생 702명의 공부를 도왔다.

올해, 소년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부금을 운용해 사용하는 ‘기부자조언기금’의 1호 기부자로 기록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주)SCL의 창업자 이상춘(56·사진) 대표의 얘기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기부금 1억원을 모금회에 기탁했다. 그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150번째 회원으로도 가입됐다. 이 대표의 기부금은 모금회가 신한금융투자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운용되며 원금과 수익금은 이 대표의 조언에 따라 저소득층 의료비와 교육비로 지원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내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잠시 맡겨진 것”이라며 “나눌수록 내가 더 여유롭고 풍요로워지는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기부자조언기금은 193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계획기부 모델이다. 기부자가 자신의 욕구와 계획에 따라 투자하고 기금을 배분하도록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개인이 재단을 설립하는 것보다 기금 운용과 설립 비용이 덜 들고, 기부자에게는 세제혜택도 주어진다. 보건복지부는 기부자조언기금을 통해 한국형 계획기부 모델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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