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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속 대성산업 등 이상징후

중앙일보

입력

대성그룹 삼형제간 경영권 확보 다툼속에 대성산업, 서울가스, 대구가스의 주가가 다시 이상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차남 (김영민 회장) 의 서울가스와 삼남 (김영훈 회장) 의 대구가스는 나란히 가격 제한폭까지 뛰었고 공교롭게도 가격마저 1만8천50원으로 똑같았다. 장남 (김영대 회장) 의 대성산업은 장중 5% 이상의 급등세를 보이다가 2.54%의 상승률로 마감했다.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 대구가스는 지난 한달간 평균 거래량보다 15배가 늘었고 서울가스도 10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 24일 대성산업 이사회에서 서울도시가스의 김영민 회장 등이 요구한 임시주총이 7월 19일로 잡힌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7월 임시주총은 맏형인 대성산업 김영대 회장의 이사 해임이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 동생은 이사회가 있던 날 서울지방법원 제 50부에 대상선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처분할 수 없게 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지난 2월 창업주인 고 (故) 김수근 회장이 타계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3개 회사를 나눠 경영키로 한 데 따라 두 동생측이 요구한 지분정리를 맏형이 미루자 동생들은 대성산업의 지분을 사들였고 이에 맞서 큰 형은 동생들의 회사 주식을 제 3자에게 매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대한전선은 서울가스의 자사주 80만주 (11.54%) 를 매입했다. 맏형의 두 도시가스 주식 제3자 매각 방침에 김영민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펀드 매입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세 회사간 지분은 얽히고 설켜 있다. 현재 대성산업이 서울가스 지분의 13.01%, 대구가스의 67%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가스는 대성산업 지분 18.09%를 갖고 있다. 그러나 김영민 회장측은 이미 대성산업 지분의 절반 이상을 확보해 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안 싸움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 달 10일을 전후해서도 한차례 이상 급등을 보인 바 있다. 4월 11일 대성산업의 주가는 장중 5만원대를 웃돌면서 신고가를 경신했고 대구가스와 서울가스도 하루의 시차를 두고 2만원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굿모닝증권 이광훈 연구위원은 "결국 주식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가격이 문제일 것"이라며 "임시주총이 끝나기 전까지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진흙탕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관심법'으로도 볼 수 없는 게 주가가 아니던가.

김동선 기자 <kde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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